최경주 골프대회 도우미 된 회장님

프로골퍼 최경주의 이름을 내건 골프 대회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가 열린 20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 파란 모자를 쓴 김항덕(70·사진) 중부도시가스 회장(전 SK그룹 부회장)이 장홍주 경기위원장과 함께 카트를 타고 나타났다. 김 회장은 오전 11시부터 대회가 끝날 때까지 PGA해슬리 코스 구석구석을 돌며 상태를 확인하고 경기가 원활히 진행되는지 점검했다.

해슬리 나인브릿지 골프장의 회원인 김 회장은 이날 대회 최고령 자원봉사자로 나섰다. 정통 프라이빗 클럽을 지향하며 국내 최소 회원제(180명)로 운영하는 이 골프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1971년 일본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할 당시 처음 골프채를 잡은 김 회장은 골프 경력 40년에서 나오는 경험과 코스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토대로 대회 운영을 보조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 회원이 단순히 돈을 내고 코스에서 골프를 즐기는 데서 벗어나 수고스러운 대회 스태프 역할을 자청해 봉사하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는 명문 골프장에서 큰 대회가 열리면 골프장 회원들이 나이를 따지지 않고 발벗고 나서 대회를 돕는다"며 "그런 골프 문화가 늘 부러웠는데 이번에 나에게 기회가 왔다"고 했다.

"미국의 골프장 회원들은 대회에 쓰이는 천막을 스폰서 기업들에 판매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텐트 위원회' 같은 것을 회원들끼리 자발적으로 조직해 즐겁게 봉사하더군요. 봉사를 하면서 대회장에 나온 유명 선수들과 대화도 나눠보고, 힘센 선수들 다리도 직접 만져보고요."

김 회장은 "골프장 회원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향으로 우리 골프 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