史記 완역 나선 학자, 사마천 후손 만나다

"우리 중국 정부가 60억위안(약 1조원)을 들여 사마천의 고향인 한청(韓城)시 역사 복원 사업을 하고 있어요. 2년 뒤면 지금과 완전히 달라져 있을 테니 한국인도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쉐인성(薛引生·60) 산시(陝西)성 한청시 사마천학회장, 퉁쩡왕(同增旺·55) 사마천 22대손(한청시 쉬춘 당서기 겸 촌장), 장야쉰(張亞勛·53) 사마천학회 부회장 등 사마천학회 회원 18명이 한국에 왔다. 20년 넘게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연구해온 김영수(52)씨와 사기 공부 모임인 '사마친(사마천과 친구들)' 회원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사마천(司馬遷)은 기원전 145년에 태어난 역사가로, 한반도의 10배가 넘는 지역을 답사한 뒤 '사기'를 남겼다. 본기·세가·서·표·열전 등으로 나누어 중국 3000년 역사를 담았다. 김씨는 "중국을 알기 위해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역사서"라며 "인간의 본질과 미래에 대한 통찰까지 담겨 있기 때문에 기업인들도 즐겨 읽는 책"이라고 했다.

한청시 곳곳에는 사마천 이름을 딴 거리·도서관·광장이 있다. 사마천학회는 이곳 사람들 위주로 1985년 만들어졌다. 회원 180명이 매년 학회지를 내며 학술대회도 열고 있다.

"우리가 주관하는 사마천 제사는 중국의 3대 제사의 하나죠. 재작년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됐고 올 행사엔 2만명이나 참석했어요."

사마천은 한(漢)무제 때 현재의 국립도서관장 격인 태사령으로 있다가 노여움을 사 생식기를 절단하는 형을 받았다. 이후 환관 신분으로 역사서를 계속 저술했지만 후손들은 마을을 떠나 살다 한참 뒤에야 돌아왔고 성(姓)도 바꿨다. '사마'(司馬)의 '사'에 획을 더한 '동(同)' 또는 '마'에 획을 더해 '풍(馮)'이란 성을 쓴다. 퉁쩡왕씨는 "명나라 때에야 족보를 만들 수 있었고, 내가 22세손"이라며 "그 후로도 죽 힘들었지만 개혁 개방 이후 재평가되면서 지금은 살기 좋아졌다"고 했다.

이들은 1998년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김씨가 우리 고대사를 연구하려고 사기에서 '조선열전'을 보고는 사마천에 빠져들었다. 장차 한국과 중국 관계에 대한 결정적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 그는 학위 준비를 접고 사기 연구에 몰두했다. 이후 한청에만 열다섯 번을 갔다. 사마천 후손을 위한 '사마천 장학회'도 만들었고, 명예 촌민증과 특별 공로상까지 받았다. 김씨는 사기 본기에 나오는 곳을 답사하며 찍은 사진을 모아 지난해 '사기 본기1'을 냈다. 올 연말에는 '사기 본기2'를 출간하고, 5년 안에 사기를 완역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