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자마자 껴안은 닮은꼴 인생 그녀들

혼혈의 아픔을 극복하고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톱가수와 판사로 성공한 중년의 두 여인이 손을 맞잡았다. 50여년 세월을 다른 땅에서 자랐지만 서울에서 마주 선 두 사람의 얼굴은 다른 듯 닮아 있었다. 6·25 때 한국 주둔 미군부대에서 근무하던 흑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가수 인순이(54)와 역시 같은 환경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판사 주디 드레이퍼(56)가 지난 20일 서울 방배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 17일 외교통상부가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지방법원 순회판사이자 세인트루이스 한국 명예영사이기도 한 드레이퍼를 한국에 초대하면서 성사됐다. 미국 내 다문화가정 아동을 도와온 드레이퍼 판사는 자기와 배경이 같은 인순이가 한국펄벅재단 이사로 활동하며 같은 활동을 해 온 것을 알게 돼 외교부에 만남 주선을 요청했다고 한다.

인순이 측 관계자는 "인순이씨가 드레이퍼 판사를 만나자마자 와락 껴안았다"며 "그가 한국계 혼혈인으로서 다름에서 오는 차별을 극복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기 길을 당당하게 살아줬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드레이퍼 판사는 네 살 때인 1959년 부모를 따라 미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지역으로 이주했다. 이후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를 졸업하고 하워드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한 후 2004년부터 세인트루이스 지방법원에서 일해왔다. 드레이퍼 판사는 인순이를 만나 "혼혈인은 어느 사회에도 100%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갖고 평생을 산다"며 "그 외로움과 상처를 이겨냈을 때의 기쁨을 알기에 인순이씨를 보면 더 자랑스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순이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인순이는 22일 서울 용산아트홀에서 연 콘서트에 드레이퍼 판사를 초대했다. 그리고 무대에서 드레이퍼 판사가 신청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불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