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스승 조세현(사진가)과 꿈을 찍다

"매일 10시간씩, 일주일에 5일, 가구공장에서 나무 잘라요. 힘들어요. 하지만 사진을 찍기 시작한 뒤로 힘이 생겼어요."

아이안(24)씨는 경기도 양주의 가구공장 직원이다. 몽골·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21명과 함께 일요일이면 사진 촬영을 배운다. 정상급 사진가 조세현(53)씨의 '특별한 제자들'이다.

아이안씨의 꿈은 조세현처럼 사진가가 되는 것이다.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사진가로 일했지만, 카메라 다루는 법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다. 그의 한국어는 어눌하다. 하지만 꿈은 뚜렷하다. "엄마가 불법 입국자였는데 한국 사람 됐어요. 나도 한국말 더 배우고, 사진 열심히 배워서 사진가 될 거예요."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마련한 문화예술교육 명예교사 프로그램인 '특별한 하루'에 개설된 '사진의 비밀'을 통해 사진가 조세현을 만났다. 일종의 재능 기부 수업이다. 지난달 중순부터 일요일마다 세 시간씩 수업한다. 이렇게 6주 과정을 마치면 조세현의 '제자'가 된다.

몽골에서 온 미가(27)씨는 닭고기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촬영한 사진을 동료들에게 보여주며 "잘 찍었어요"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한다. 태국 여성 가몬랏(45)씨는 "플라스틱 공장에서 같이 일하는 오빠와 함께 찍은 사진을 태국 집에 보내려고 배운다"고 했다.

조세현씨는 "이 사람들은 '촌스러움'을 참 잘 찾는다"고 했다. 그가 가르치면서 본 가장 인상 깊었던 사진은 '한국 아줌마'였다고 한다. "나가서 예쁜 사람을 찍어 오랬더니 주름 가득한 아줌마가 웃는 모습을 찍어왔어요. 우리라면 아마 연예인이나 젊은 여인을 찾아나서지 않았을까요? 복잡한 홍대 거리에서도,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 속에서도 이들은 정말 순수한 아름다움을 찾아내요."

조세현씨는 "멀리 한국까지 와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진수업을 통해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하고, 나아가 새 직업도 가질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제자들 가운데 재능이 뛰어난 사람에게 다음 수업에서 조교로 일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