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납북된 경식이가 北에 살아 있대요… 이젠 恨 푸세요"

"어머니, 경식이가 북에서 잘 살고 있답니다. 애가 똑똑해서 북에서도 결혼해서 잘 살고 있대요. 이제 만날 날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어머니, 이제 마음 놓이시죠?"

1967년 6월 조기잡이 어선 풍복호를 타고 서해 연평도 부근에서 조업 중 북한 경비정 10척에 포위돼 총격을 받고 납북된 어부 문경식(60)씨의 형 중식(68)씨가 안방 벽에 걸린 어머니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납북 직후 풍복호 선원 5명은 귀환했지만, 문경식씨는 선주(船主)와 다른 선원 1명과 함께 억류돼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1977년 10월 김순란씨와 결혼, 평양 만경대구역 팔골2동에서 이민교씨 등 납북자들과 이웃해 살고 있으며, 조선노동당 112연락소 지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생의 거주지와 주소 등이 적힌 쪽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식씨는 서랍에서 흐릿한 흑백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동생의 반명함판 증명사진을 확대한 것이었다.

문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납북된 뒤 매일 아들 사진을 부여잡고 눈물로 나날을 지새웠다고 한다. 중식씨는 "한 장밖에 없는 경식이 사진이 어머니 눈물로 얼룩졌다"며 "어머닌 그 사진을 확대해서 성경에 꽂고 돌아가실 때까지 하루도 안 거르고 새벽 기도를 다니셨다"고 말했다.

문씨가 납북된 뒤 남한에 남은 가족은 연좌제에 시달렸다. 형수 석순자(65)씨는 "내 외아들이 육군사관학교 필기시험까지 붙었지만 신원조회에 납북자 친척으로 걸려 꿈을 접었다"며 "아이들 앞길을 막을까봐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요구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1969년 5월 조기잡이 어선 흥덕호를 탔다가 납북된 이광원(62)씨의 형 종유(71)씨는 "동생을 찾아달라고 통일부 앞에서 '납북자 송환하라'는 띠 두르고 시위도 해보고, 국회의원들 만나 호소도 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동생이 납북된 탓에 가족 모두가 고통을 겪었지만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쁘다"고 했다.

납북 어부 이광원씨는 1979년 11월 박복순씨와 결혼해 평양 대동강구역 문수1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문경식씨 등과 함께 조선노동당 112연락소 지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형 종유씨는 "동생이 납북된 뒤 형제 모두 연좌제에 걸려 취업도 할 수 없었고, 돈벌이가 좋은 외항선도 신원조회 탓에 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이제 마음이 편하다"며 "평범한 사람으로 지내길 바랐는데 (간첩 교육기관인 연락소) 지도원으로 있다니…" 하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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