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논란의 해결책, 체크카드 활성화 대책 나온다

회사원 김모(27)씨는 체크카드 한 장을 갖고 다닌다. 하지만 좀처럼 쓰지 않는다. 3년 전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은행측의 권유로 만들었지만 써야 할 필요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김씨는 "할부 구입을 할 수도 없는 데다, 쇼핑할 때 백화점과 제휴한 신용카드가 아니면 포인트 적립 혜택을 받을 수가 없어 체크카드를 외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상점들이 카드사에 내는 수수료가 높다는 논란이 가열되면서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체크카드 활성화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금융위원회는 연말까지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고 체크카드 사용을 넓힐 방안을 골자로 하는 카드 구조개선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신용카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아야 하고,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는 카드사들의 동참도 이끌어내야 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와 카드사라는 두 가지 바퀴를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반대 방향으로 굴러가게 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대폭 줄어

체크카드를 사용하면 일단 가맹점 수수료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 신용카드는 소비자가 30~45일이 지나 물건값을 내는 외상구매 방식인데, 이런 지연 결제에 따라 발생하는 이자 비용이 가맹점에서 부담하는 수수료에 반영돼 있는 것이다. 반면, 체크카드는 곧바로 물건값을 치르기 때문에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수수료가 줄어든다.

과소비를 막고 가계빚을 줄이기 위해서도 체크카드가 필요하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서태종 금융위원회 서민금융정책 담당 국장은 "월급 받아 신용카드 빚을 갚고 다시 신용카드로 빚내서 사는 악순환에 빠진 가계가 많다"며 "체크카드로 가진 돈만큼만 쓰게 되면 씀씀이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체크카드 더 쓰게 만드는 방법

문제는 체크카드를 대중화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카드로 결제한 463조6000억원 중 412조1000억원이 신용카드 결제였고, 51조5000억원이 체크카드 결제였다. 신용카드 대 체크카드 비율이 88.9% 대 11.1%였다. 유럽인들이 60.4%를 체크카드(직불카드 포함)로 결제하는 것과는 확연하게 대비된다. 금융당국은 신용카드에 편향된 국내 카드 시장 구조가 비정상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체크카드를 널리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묘안을 짜내는 중이다.

①체크카드 소득공제 혜택 확대해야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소득공제 혜택이다. 지금은 총급여의 25% 이상을 사용했을 때 신용카드는 사용액의 2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체크카드는 25%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내년에는 신용카드가 여전히 사용액의 20%만 공제되지만 체크카드는 3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연봉 4000만원인 직장인이 연간 10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200만원만 공제되지만 체크카드를 쓰면 300만원의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직불형 카드(체크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체크카드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추가로 확대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체크카드를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소득공제를 아예 없애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②신용카드 발급 더 억제해야

체크카드 비중을 늘리려면 반대로 신용카드 발급을 줄이면 된다. 신용카드를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에게만 발행하면 자연스럽게 체크카드 비중이 커진다는 논리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여전히 소득 없는 대학생에게도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할 정도로 카드사들의 발급 기준이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량은 4.7장으로 카드대란이 일어나던 2003년(4.6장)보다도 많다.

또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해당 계좌에 대한 체크카드를 만들도록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정부가 이벤트를 통해 적극 홍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00년 국세청은 매달 신용카드 영수증을 추첨해 고객들에게 현금 100만원을 주는 신용카드 복권제를 도입해 신용카드를 조기 정착시키는 효과를 누렸다. 이 제도를 체크카드 소지자들에게 실시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이다.

③신용카드 기능 갖춘 체크카드를

카드업계에서는 신용카드 기능을 겸하는 '변종 체크카드' 출시를 금융당국이 장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할부나 현금서비스가 가능한 체크카드 상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임원은 "카드사들이 고수익을 내는 신용카드를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체크카드 영업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체크카드에 약간의 신용한도를 부여해서 계좌에 잔액이 없더라도 소액은 결제가 가능하게 하는 방법 ▲'멀티 계좌' 제도를 도입해서 A은행 계좌에 잔액이 부족하면 B은행 계좌로 결제가 가능하게 하는 방법도 도입할 만한 아이디어라고 카드 전문가들은 말한다.

체크카드에 대한 할인 혜택을 늘려야 할 필요도 있다. 체크카드도 사용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서비스나 주유·대중교통비·놀이공원·통신비 할인 혜택은 제공한다. 그러나 신용카드에 비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에 한정돼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액 소비가 이뤄지는 백화점·면세점이 제휴 신용카드만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체크카드가 끼어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 체크카드란

은행 계좌 잔액 범위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카드로, 결제 즉시 돈이 계좌에서 빠져나간다. 결제한 뒤 한 달 이상 뒤에 돈이 계좌에서 빠지는 신용카드와 다르게 외상거래가 불가능하다. 일반 신용카드 가맹점에서도 쓸 수 있으며 24시간 사용이 가능하다. 신용카드처럼 포인트 적립 및 가맹점 할인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