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노령자 은행 수수료 면제

앞으로 서민층을 위한 은행 계좌가 별도로 마련돼 입출금·송금 수수료가 면제될 전망이다. 또 은행 수수료 기준이 금액에 따라 세분된다.

현행 은행 입출금·송금 수수료 기준은 10만원, 100만원 단위로 돼 있어 예를 들어 11만원을 찾는 사람이나 99만원을 찾는 사람이나 수수료가 같다. 결과적으로 소액을 찾는 사람이 많은 비율의 수수료를 무는 문제가 지적돼 왔는데, 그 개선책이 마련되는 것이다. 또 자동화기기(ATM) 이용 출금·송금 수수료는 최대 50%까지 큰 폭의 인하 방안이 추진된다.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수수료 인하 방안을 은행별로 만들어 25일쯤 금융당국에 보고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시중은행의 수수료 담당 부장들을 불러 은행별 수수료 인하 방안을 만들어 보라고 행정 지도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23일 "은행연합회를 통해 은행끼리 수수료 인하 방안을 논의하면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가 돼 은행별로 따로 안을 마련 중"이라며 "보고 시점까지 은행끼리 수수료 인하 폭을 놓고 극심한 눈치 작전을 벌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수수료 인하 방안에는 공통적으로 3가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가유공자와 서민, 노령자에 대한 수수료 면제이다.

A시중은행 임원은 "거래 금액이 적고, 인터넷 뱅킹에도 어두운 서민 고객에게 수수료를 면제하는 계좌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도 이들이 내는 수수료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은행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은행가는 보고 있다.

둘째, 입출금·송금 서비스 수수료를 금액에 따라 세분화하는 방안이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너무 수수료를 잘게 나누면 업무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지만,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자동화기기(ATM) 이용 출금·송금 수수료 인하이다. C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불만이 특히 많은 부분이어서 인하폭을 가능한 한 크게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대형 시중은행인 D은행의 경우 연간 ATM 수수료 수입이 700억원 정도여서 큰 부담은 아닐 것이란 관측이지만, 은행들은 감가상각비와 전기료, 고장수리비 등 ATM 유지 비용이 수수료 수입과 엇비슷한 수준이어서 수수료를 낮출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