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가파르게 올랐던 서울의 아파트 전세시세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가을 이사철 마감과 함께 전셋집을 찾는 수요가 크게 줄면서 전세보증금을 낮추는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102㎡(31평)의 전세보증금은 여름방학을 앞둔 지난 7월 최고 7억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2주 전부터 조금씩 시세가 내리더니 최근엔 6억3000만원에 내놓은 매물이 나왔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의 전세금(87㎡·26평) 역시 같은 기간 6억원에서 5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반포의 S부동산중개소 사장은 "가을 전세 수요들이 대부분 계약을 마치면서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거의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전세금 하락 추세는 주변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6단지(59㎡·18평)는 일주일 전보다 1500만원 내린 1억원, 경기도 분당신도시 정자동 느티공무원3단지 89㎡(27평)는 같은 기간 1000만원 하락한 2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상일동의 R부동산중개소 사장은 "수요보다 많아진 전세 매물이 소화되기 전까지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금 하락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아파트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데다 다음 달 중순부터 겨울방학 이사 수요가 시작되면 다시 전세금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새로 입주하는 신규 아파트 물량이 평년(약 30만 가구)의 절반 수준(약 15만8000가구)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세금 상승세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 '부동산114' 임병철 팀장은 "겨울 방학 이사 수요가 집중되는 11월 전세시세 등락에 따라 전반적인 시장 움직임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