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아픔 보듬어줄게" 스리랑카 소녀 품은 이미자

이달 중순 서울 회기동 경희의료원의 한 특실. 문이 열리더니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씨가 들어섰다. 병실에는 일곱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가녀린 체구에 눈망울이 커다란 스리랑카 소녀 샨가비(7)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의족을 착용하고 있었고, 옆에선 스리랑카에서 함께 온 친할머니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손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종일관 표정에서 착잡함과 안쓰러움을 감추지 못했던 이미자씨, 그는 샨가비의 든든한 후원자다.

세 살 때 내전으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파편이 박힌 한쪽 다리를 잘라내야 했던 샨가비. 큰 부상을 당한 데다 발육 상태도 좋지 않아 신체 나이는 세 살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한국국제협력단, MBC 해외봉사단, 경희의료원 의료봉사단의 도움으로 한국에 와 처음으로 의족을 착용하게 됐다. 병실은 찾은 이미자씨의 손에는 예쁜 운동화와 구두, 그리고 양말까지 들려 있었다.

이씨는 조막만 한 샨가비의 발에 직접 신발을 신겨주며 할머니가 손녀에게 말하듯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이 구두와 운동화를 신고 걷는 모습을 보고 싶어. 앞으로 치료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잘 이겨냈으면 좋겠구나."

스리랑카 현지어와 영어, 다시 한국어를 거치는 이중 삼중의 통역이었지만, 마음이 그대로 전달됐는지 다소 굳어있던 샨가비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번졌다. "빨리 이 신발을 신고 고향 집에 가고 싶어요."

샨가비는 한국에 머물며 롯데월드와 어린이대공원을 찾았다. 경희의료원은 1인용 특실과 함께 특별 건강검진과 각종 검사를 제공했고, 의족은 한 업체에서 기증했다. 이미자씨는 샨가비의 출국 전 다시 한 번 병원을 찾아 소녀를 격려하고 가족에게 재활 치료비를 전달했다. "앞으로 계속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도 했다.

이미자씨는 2008년 백혈병이나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이미자의 희망 콘서트'를 여는 등 그동안 아픈 아이들을 위한 후원 활동을 벌여왔다. 이씨는 샨가비에 이어 다음 달에는 아프리카 지역 어린이 한 명도 후원할 생각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