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色을 새기다

"색채."

답은 짧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묻자, 조각가 최종태(79)는 이렇게 답했다. 그의 개인전 '구원(久遠)의 모상(母像)'이 내달 13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4년 만이다. 조각 40여점과 수채화 및 파스텔화 20여점이 나온다.

작가 말대로 이번 전시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색채'다. 연보라색으로 날개와 하반신을, 살색으로 얼굴과 상반신을 칠한 '천사'(2009·사진) 등 아크릴 물감으로 다양한 색을 입힌 나무 조각들이다. 처음엔 나무의 흠결을 숨기기 위해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는 작가는 2007년 무렵부터 색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고 털어놓았다.

최종태는 종교 조각으로 유명하다. 서울 명동 성당 뜰의 '예수성심상', 길상사 마당의 '관세음보살상' 등이 그의 작품이다. 실상 그는 천주교 신자다. "불교 공부를 하다 보니 관음이 좋아졌어요. 김수환 추기경께 '내가 불교 조각을 하면 파문당하냐'고 여쭤봤더니 '아니다. 일본에서는 천주교 박해 시대 때 교인들이 가톨릭 성상 대신 관음상을 놓고 몰래 기도한 적도 있다'고 알려주셨죠. 그때부터 '언젠가는 관음상을 조성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다녔지요." 친분이 있던 동화작가 고(故) 정채봉이 길상사 회주였던 법정 스님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법정 스님의 의뢰로 길상사 관세음보살상을 조성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기도하듯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여성상. "중학교 때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구절을 읽었다. 그 구절이 마음에 남아 평생 여성(女性)을 조각했다. 나는 '여성적인 것이 곧 사랑'이라고 이해했다." (02) 72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