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월급 375만원' 사슬을 풀라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놓고 시끄럽지만, 실제로는 그런 혜택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직장인이 그런 복지 '사각지대'에 속해 있다. 노후(老後)에 월 9만여원씩 받는 기초노령연금도 있지만, 전체 노인의 70%만 준다. 직장인들이 믿고 의지할 복지는 국민연금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국민연금공단에서 통지서를 받았다. 62세에 내가 받을 연금은 고작 월 100만원을 조금 넘었다. 1988년 국민연금이 시작되면서 지금껏 낸 돈이 이미 5000만원을 넘었고 회사 부담금을 포함해서 매월 34만원씩 내고 있다. 그런데도 30년을 내고 받을 돈이 겨우 한 달에 100만여원이라니…. 한숨부터 나왔다. 공무원연금은 월평균 210만원, 사학연금은 월평균 240만원이니 절반도 채 안 되는 액수다. 노후가 한심할 뿐이다. 공무원이나 교사들처럼 연금을 많이 받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공무원연금은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월 650만원을 탄다. 공무원연금은 월급만큼 돈을 내고, 나중에 월급의 76%를 매달 연금으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다르다. 재벌 회장이나 말단 회사 직원이나 모두 '월 소득 375만원'의 상한선에 묶여 있다. 그래서 나중에 그 금액의 30%인 100만원대를 연금으로 타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는 비법은 바로 '월급 375만원'의 사슬을 푸는 것이다. 375만원을 600만원쯤으로 올려 보험료를 더 내면 나중에 월 200만원가량 받는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려해 볼 만한 사안이 아닐까. 버는 것만큼 내는 것이니 다른 사람이 시비 걸 일도 아니다. 지금처럼 소득의 4.5%를 내는 것이니 보험료 인상도 아니다. 돈을 더 내고 나중에 받는 것이니까 연금 재정수지에도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문제는 기업주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에서 내주니, 반대가 있다면 기업주뿐이다. 하지만 회사원들이 박수칠 회사 내 복지제도 중 가장 좋은 게 국민연금이 아닐까. 기업주는 부담이 커지겠지만, 그래도 국민연금 보험료는 세법(稅法)에서 비용 처리를 해주니 감당할 만한 여지가 있다.

'월급 375만원'의 사슬을 풀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국민연금은 고소득자는 낸 돈보다 적게 받고, 저소득자는 낸 돈보다 많이 받는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는 멋진 제도다. 그런데 월급 375만원(연봉 45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과연 고소득자일까. 375만원짜리 월급쟁이에게 "당신은 고소득자이니 저소득자를 위해 돈을 적게 받으라"고 하면 선뜻 동의할까.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16년 전에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연봉 4500만원은 전체 가입자의 5%에 불과한 고소득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직장인 네 명 중 한 명이 이 돈을 받는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껏 이 액수를 손대지 않았다. 국가재정이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도 보험료를 인상했다는 비판을 들을까 봐 방치한 것이다.

'수명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중산층 직장인의 노후복지를 위해 '월급 375만원'이란 사슬을 풀어줄 정치인은 없을까. 나는 그에게 한 표를 던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