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감사원이 증권회사도 감사한다는데…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는 감사원 직원들이 출두해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감사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감시기관인 감사원이 증권맨들을 감사한다니 어찌 된 일일까요.

바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지주와 기업은행의 계열사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감사원이 내세운 명분은 '정책금융기관 자회사 관리 실태 감사'입니다. 대우증권, 산은자산운용, 산은캐피탈, IBK투자증권, IBK자산운용, IBK캐피탈 등 총 10개사가 대상이고 기간은 한 달간입니다.

감사원이 민간 금융회사를 감사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어서 해당 회사 직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금융감독원의 정기 감사 내용과 중복될뿐더러, 금융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감사원이 자료를 너무 광범위하게 요구해 업무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겁니다. 민간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영업활동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한 금융회사 직원은 감사원 직원에게 "우리는 민간기업이니 조금 다른 관점에서 봐달라"고 하자, "앞으로 '민간'의 '민' 자도 꺼내지 말라"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합니다.

이 금융회사들은 법적으로 민간기업이지만, 공기업이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입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감사할 권한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대우증권이 산업은행 계열사가 된 지 11년, IBK투자증권이 설립된 지 3년이 지나는 동안 한 번도 없었던 감사여서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그중에는 금감원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올 초 금감원 출신들이 저축은행 관련 비리에 연루되고, 금융기관에 낙하산 인사로 취업해 감시 기능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최근 감사원이 국민연금이 개인 친분이나 향응 때문에 거래 증권사를 선정했다는 사실을 적발한 뒤, 의욕이 더 충만해졌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증권업계에선 이러다가 감사원 출신이 금융회사 감사나 사외이사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는 걱정도 나옵니다. 금감원 직원들이 퇴직 후 5년간 피감기관에 취업할 수 없게 되면, 그 틈새를 감사원 출신들이 파고들 수 있다는 겁니다.

감사원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금융권 비리를 밝혀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감사원이 업계의 이런 의구심을 씻어내고 투명하게 감사를 해서 신뢰를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