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0.26 03:12

'더 킥' 프라챠 핀카엡 감독 "내 운동은 숨쉬는 게 전부"

‘더 킥’의 프라챠 핀카엡 감독이 25일 서울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는“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그려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해 영화감독을 하게 됐다”며 인터뷰 중에도 아이패드에 틈틈이 기자의 모습을 그렸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2003년 태국 영화 '옹박'은 액션영화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액션영화의 주류를 이뤘던 중화권 무술영화와 컴퓨터그래픽(CG)이나 규모로 승부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태국 전통 무술 무에타이를 소재로 한 옹박은 단번에 화제가 됐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도빌아시아영화제, 시체스영화제 등에서 상을 받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개봉 전부터 영화 속 액션 장면들이 인터넷에 나돌았고, 무에타이 도장에 다니는 젊은이들까지 생겨났다.

'옹박'의 프라챠 핀카엡 감독이 태권도를 소재로 한 액션영화 '더킥'(다음달 3일 개봉)을 내놨다. 국가대표 메달리스트였던 문사범(조재현)과 아내 윤(예지원)이 태국 방콕에서 아들 태양(나태주)과 태풍, 딸 태미(태미)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다가 태국왕조 '전설의 검'을 훔쳐 달아나는 일당과 마주치면서 태권도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한국과 태국 합작 영화로 100% 태국 현지에서 촬영했다. 배우는 한국인이, 스태프는 태국인이 대부분이다.

핀카엡 감독을 이번 달 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리고 24일 서울에서 만났다. 근육질 몸매에 날카로운 인상의 감독을 예상했건만 그는 동글동글하면서 동네 아저씨와 같은 푸근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핀카엡 감독은 "20여년 전부터 롤러스케이트를 타긴 하지만 운동이라면 숨쉬기를 깊게 하는 정도"라며 웃었다.

태국과 한국제작자로부터 태권도 액션영화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그는 "태권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단번에 수락했다"고 했다. "태국에서 무에타이는 한물갔고, 태권도가 유행하는 운동이에요. 무에타이 경기장에 가보면 관객은 노인과 외국관광객, 도박꾼들이 대부분이죠. 길거리에서 태권도복 입고 다니면 '멋지다, 쿨하다'는 소릴 듣지만, 무에타이복을 입고 다니면 이상한 취급을 받아요. 일단 무에타이는 도복에서부터 태권도한테 졌어요."

핀카엡 감독은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하녀' 같은 한국 영화를 평소 즐겨본다며 "촬영에 들어가기 전 한국 액션영화와 태권도 동영상을 찾아봤다"고 했다. 그는 " '화산고' '조폭마누라' '돌려차기' 등의 액션영화를 보면서 태국 액션영화는 무술에, 한국 액션영화는 이야기에 충실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 둘이 적절하게 조화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한국에 태권도를 다룬 본격적인 액션영화가 없다는 거예요. 당연히 많을 줄 알았는데…."

영화에서 나태주는 공중에서 두 바퀴 반을 회전한 뒤 킥을 가하는 '토네이도킥'을, 태미는 바닥과 다리가 수직을 이루고 두 다리가 180도를 이루며 하늘로 쭉 뻗는 '하이킥'을 선보인다. 이 둘은 태권도 시범단 K타이거즈 소속 유단자다. 핀카엡 감독은 "한국 남자라면 다 태권도를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원래는 태국과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슈퍼주니어' 멤버를 주연배우로 캐스팅 하려고 했는데 태권도 고수 중에서 찾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옹박에서 이미 무에타이의 경지를 보여줬기 때문에 태권도에 대한 관객 기대치가 높을 것 같았다"고 했다.

더 킥은 옹박과 마찬가지로 주방에서 조리 도구를 이용하거나 춤동작을 응용한 '생활무술'과, 실제로 때리고 맞는 '리얼액션'을 선보인다. 핀카엡 감독은 " '옹박' 이전에도 무에타이 액션 영화는 많았지만 링이 무대였다. 길거리나 식당 등 평범한 장소를 무대로 생활무술을 선보였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더 킥'은 영화 본편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출연진들의 부상 장면을 보여준다. "리얼액션이 너무 위험한 거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액션배우가 이를 마다하면 직업의식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이들은 자신이 항상 위험 속에 있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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