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토한 패션 거장의 실험정신

칼 라거펠트(73)는 세계 패션계의 거장이다. 1965년부터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1983년부터는 샤넬에서도 수석 디자이너를 맡았다. 하지만 그의 창작 영역은 패션에만 머물지 않는다. 라거펠트는 사진, 출판, 광고, 단편영화 등의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작품을 내왔다. 내년 3월 18일까지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워크 인 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는 그중에서도 사진가로서 라거펠트의 면모를 조망하는 전시회다. 한국에서는 처음 열리는 라거펠트의 사진전이다.

라거펠트는 1987년 샤넬의 컬렉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촬영한 것을 계기로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직접 촬영한 샤넬과 펜디의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 사진이 전시된다. 또 그동안 라거펠트의 뮤즈(영감을 주는 존재)로 활동해온 모델들을 포함한 인물사진과 건축, 풍경사진 등 30여년간 그가 촬영한 작품 400여점이 전시된다. 라거펠트가 직접 제작한 단편영화도 상영된다.

라거펠트는 전통을 강조하던 샤넬에 혁신적인 디자인을 도입해 오늘날의 샤넬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이로만 따지면 '노장'이지만 여전히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세계 패션계를 이끌고 있다. 언제나 '현역'일 수 있는 비결은 그칠 줄 모르는 실험정신. 사진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변화를 겁내지 않는 그의 자세가 '진행 중인 미완성 작업'을 뜻하는 이번 전시회의 제목에 담겼다. 성인 5000원, 고교생 이하 3000원. (02)720-0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