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고령화시대 서울市政이 가야할 길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복지'였다. 복지 문제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하면서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각 후보는 서민 복지 공약을 앞다투어 내놓으며 격전을 치렀다. '복지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복지 공약이 쏟아졌다. 그간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였던 각종 지역 현안과 경제 문제가 복지 정책에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번 서울시장 후보들의 여러 복지 공약 중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노인 복지 부분이었다. 후보 모두 노인 인구 증가를 복지 문제에서 매우 중요한 현상 중 하나로 판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공약을 내걸었다. 이는 정당과 이념을 초월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을 펼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고,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더 늦춰서는 안 될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주거·질병·여가 등 기본적인 노인 복지 강화를 비롯해 각종 시설 증설과 노인 일자리 창출 등이 크게 부각됐다. 노인 복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의·식·주 등 기본적인 생활 부분과 질병 및 건강 등 의료에 관한 부분이다. 기본 생활 부분은 전국적으로 극빈층과 독거노인 등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이뤄졌고, 최근 각종 시설과 복지 재단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어느 정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의료 분야다. 재정적인 부분에서 기본 생활 분야의 몇 십 배에 이르는 사회적 부담이 요구되는 한편, 각종 사회 인프라 및 제도적인 측면과 맞물려 추진돼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가는 정책이 실효성 없이 겉돌게 되고,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도 면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인구 비율은 11%이다. 문제는 이들의 1인당 연평균 진료비가 이미 250만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기본적인 생활 부분도 각종 질병 해소와 건강 유지를 위한 환경 조성이 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건강과 의료 문제는 노인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적 핵심 정책도 여기에 맞춰야 할 것이다. 더욱이 노인 인구의 8.6%는 치매 질환을 앓고 있으며, 만성질환의 유병률(有病率)도 예전보다 크게 상승한 상황이다. 만성질환 유병률은 고혈압이 1994년 15.4%에서 2008년 47.0%로 급격히 높아졌으며, 당뇨병도 같은 기간 5.9%에서 16.3%로, 암도 1.0%에서 2.9%로 각각 2배가량 증가했다.

서울시는 우선 중앙정부와 협력해서 노인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재원 확충에 나서야 한다. 이 예산은 국민 모두가 결국 당면하게 될 문제라는 공감대 속에서라면 다른 예산보다 우선해도 좋을 것이다. 이는 무상급식이나 청년 벤처 육성, 주택 재개발 등의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 사회 역시 경제 수준과 건강 상태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우려된다. 따라서 빈곤한 노인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상 건강 증진 프로그램과 건강검진을 확대해야 하며, 이 사업들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노인 질환 치료 및 연구에도 많은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또한 퇴행성 질환 연구가 짧은 기간 안에 실효를 거두려면 제도적 규제를 일부 완화하도록 정부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 또 노령 질병 관리 측면에서 더욱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기 위해 건강관리 서비스업에 관한 제도적 완화도 요구할 만하다. 이 밖에 청력, 씹는 능력 등을 보조해 줄 수 있는 기구들을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유럽과 일본처럼 치매 등 뇌신경계 질환과 관절 질환 등 퇴행성 질환으로 겪게 되는 생활의 불편을 보조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에도 나서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주관적인 경제 상태가 좋을수록 자신의 건강 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는 1994·1998·2008년 조사에서 모두 같게 나타났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겠지만, 이런 현실이 지속된다면 다가올 고령화 시대는 결국 또 다른 양극화의 갈등 속에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 서울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실질적인 고령화 시대 대책을 추진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