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가지 서체로 천자문 쓴 서예가

인천 강화도에 사는 서예가 전정우(62) 선생이 120가지 글씨체로 무려 636가지 천자문(千字文)을 써냈다. '하늘 천, 따 지'로 시작되는 천자문은 한자를 처음 배울 때 많이 써온 교본 같은 것. 서예가들 사이에서는 1000개 글자에 하늘과 땅의 이치, 그리고 인간의 삶을 담은 '큰글'로 통한다. 전씨는 이런 천자문을 제대로 써서 남겨보자는 생각에서 7년 전 작업에 나섰다.

먼저 수천년 동양사에서 여러 갈래로 전해오는 서체들을 익혀 총 120가지를 정했다. 그리고 이를 각각 초고, 세필 등으로 나눠 총 636가지로 쓴 천자문을 최근 완성한 것. 120가지 서체란 중국 갑골문자와 화폐, 고구려 광개토왕비, 백제 무령왕릉지석 등에 새겨진 문자에서 따온 것이다. 또 왕희지·구양순·조맹부 등 중국 최고 서예가와 최치원·김정희·한석봉 등 우리 역사 속 유명 문인의 서체도 있다.

고(故) 여초 김응현 선생에게 사사한 그는 삼성그룹 비서실 근무 시절 10년간 매일 한두 시간 글씨를 익혔다고 한다. 그러다가 서예에 전념하기 위해 1986년 직장을 그만두었고, 이듬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 부문 대상을 받았다. 요즘은 강화도에서 '심은 미술관'을 운영하며 작품활동을 하는 그는 "이제야 글씨가 눈에 들어오는 느낌을 조금 갖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