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금, 위기때 주목받는 안전자산

지난 8월 초부터 국내 증시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로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안전자산 투자는 주목을 받았다.

안전자산은 말 그대로 세계 경제위기 때 변동성이 적거나 상대적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 피난처(safe haven)를 의미한다. 다만 안전자산의 가치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바뀌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완벽하게 안전한 자산'은 없다. 그래도 투자자들에게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안전자산으로는 미 달러화와 엔화, 스위스 프랑, 미국 국채, 금이 있다. 이번 위기에는 어떤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최고였을까?

◇美 국채에 몰린 투자자들

유럽 재정위기 확산으로 전 세계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자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에 몰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지난 9월 22일(현지시각) 연 1.72%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국채가격 상승).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던 8월 2일부터 현재(10월 25일 기준)까지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3.14% 하락했다.

미국이 대규모 재정 적자를 이유로 신용등급 강등 수모를 겪은 것을 감안하면 미국 국채 금리 하락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국가가 재정 위기를 겪으면 국채 금리가 상승(채권값 하락)하는 것이 정상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의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는 점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을 놓고, 미국과 세계경제가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고 안전 자산에 투자하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힘입어 미 달러화의 가치도 올랐다. 유로와 엔(일본), 파운드(영국), 캐나다 달러, 크로네(스웨덴), 프랑(스위스)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집계하는 달러 인덱스의 경우 지난 8월 1일 74.26이었지만 지난 25일에는 76.21을 기록하며 2.62% 상승했다.

스위스프랑도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면서 돈이 몰렸다. 8월 2일부터 현재까지 미 달러화 대비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12.05% 상승했다. 스위스중앙은행이 스위스프랑 강세를 더는 용인할 수 없다며 스위스프랑을 유로화에 고정(페그)시키겠다고 발표하면서 상승세가 주춤하지만, 여전히 '큰손들의 안식처'로 손꼽힌다.

◇금 이름값 '톡톡'

'영원한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금은 이름값을 했다. 8월 초부터 현재까지 금값은 5% 넘게 상승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현금 확보에 나서면서 금 공급 물량이 많았고, 미 달러화 가치가 소폭 오른 것까지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최근 미 달러화 대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엔화는 연초부터 엔고(高)현상이 이어진 탓에 8월 이후로는 오히려 재미를 못 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77.21엔이었지만 지난 25일에는 76.09을 기록하며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위기 끝나지 않았다… 안전자산 일정 부분 유지해야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다소 줄었지만, 일정부분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럽 문제가 순탄하게 해결될지 불확실하다"며 "내년 초 유럽국가들이 발행한 채권 만기가 대거 돌아오면서 고비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 애널리스트는 "다만 미국 국채는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있고, 엔화는 일본 정부가 엔고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가격 하락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