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美 첫 흑인 해병들, 80代 돼서야 훈장… 감격의 눈물

25일(현지시각) 미 하원 본회의장. 참석한 422명의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방청석에 앉아있는 흑인 노인 4명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들은 2차대전 중에 결성된 미 해병대 최초의 흑인부대인 '몽포드포인트 부대'의 생존자들이다. 미 의회는 이날 이들에게 최고의 민간인 훈장인 '골드 메달'을 수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80대 중반을 넘어선 흑인 노인들은 "70여년이 흘렀지만 국가가 우리들의 공로를 인정해준 것에 감사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공화당의 월터 존스(노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돼 있던 그들이 오늘의 영광으로 과거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잊었으면 한다"고 했다.

'몽포드포인트 부대'는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명령으로 결성됐다. 몽포드포인트는 훈련소가 위치했던 노스캐롤라이나의 지명이다. 해병대는 이때까지 미군 중 유일하게 흑인을 받지 않을 만큼 인종차별이 심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당시 한 해병대 장군은 "'검둥이' 25만명을 받느니 백인 5000명을 데리고 싸우겠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병력수요가 늘면서 흑인을 받긴 했지만 해병대의 이런 차별은 여전했다. 몽포드포인트 훈련소는 인근 백인 훈련소보다 훨씬 환경이 열악했다. 몽포드포인트 생존자인 오스카 컬프(87)씨는 "그곳은 지옥이었다. 물은 더러웠고 막사는 널빤지로 대충 지어 겨울에는 침상에 얼음이 맺혔다"고 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총 1만9000명의 흑인들이 훈련을 마쳤고, 이들은 오키나와·이오지마 등에 투입돼 혁혁한 무공을 세웠다. 일부 백인 장교들로부터는 "해병대의 핵심전력"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해병대는 몽포드포인트 부대원 중 1500명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강제로 전역시켰다. 이들 대부분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사망했다. 미 최초의 육군 흑인부대인 '버팔로 부대'나 최초의 흑인 파일럿인 '터스키기 에어맨'은 모두 훈장을 받고, 또 영화화돼 대중들에게 그 행적이 널리 알려졌으나, 몽포드포인트 부대만은 철저하게 무관심 속에서 아무런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취임한 제임스 에이모스 해병대 사령관은 부대 내 차별철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그 일환으로 '몽포드포인트 재조명'에 나섰다. 그는 "먼 이국에서 생명을 걸고 적과 싸웠던 이들이 조국에서 인종차별이라는 또 다른 전쟁을 치러야 했던 아픈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에이모스는 전 해병대원에게 몽포드포인트 부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의회에 훈장 수여를 적극적으로 건의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탄생한 이날 결의안에는 의원 300여명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WP는 "최근 의회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초당적 협력의 순간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