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석의 바이올린, 12번째 희망을 켜다

한국의 대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사람인 강동석(57)은 1년의 연주 스케줄에서 빠뜨리지 않는 두 가지가 있다. 봄에 열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와 가을에 한국 글라소스미스클라인(GSK)과 기아대책이 함께하는 '강동석의 희망콘서트'다. 희망콘서트는 수익금 전액을 저소득층 결손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방과후학교에 기부하는 행사로 올해가 12년째다. 30일 부산공연을 시작으로 서울(31일 예술의전당), 대구(11월1일), 전주(11월2일)로 이어진다.

공연을 위해 파리에서 서울로 날아온 강동석을 25일 만났다. "희망콘서트가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은 몰랐어요. 한국사회에 자선연주회가 많지 않고, 같은 연주자가 해마다 무대에 서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애착이 컸지요. 공연을 후원하는 GSK의 김진호 대표가 첼로를 직접 연주할 만큼 음악에 관심이 많다 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공연은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미술과 마찬가지로 클래식계에서도 도약하고 있는 중국 음악과의 크로스오버. 연주 레퍼토리에 피겨스케이터 김연아의 안무곡으로 유명해진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가 있길래 반색하자 강동석이 "(김연아와 상관있는 줄) 전혀 몰랐다"며 웃었다.

연주자 강동석은 국내외적 명성에 비해 음반 수가 많지 않고, 자전적 에세이 한 권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널리 알려진 레퍼토리보다 새로운 곡을 발굴해 초연하는 연주자로도 존경받는다. '연주가 불가능하다'는 윤이상의 바이올린협주곡이 대표적인 경우. "차이콥스키 바이올린협주곡만 수백번씩 연주되는데 나까지 더할 필요는 없지요. 그리고 레코딩 자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음악은 현장에서 객석과 연주자가 서로 호흡하며 치열하게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녹음실에서 마이크를 앞에 대고 연주한다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죠. 자서전요? 다음 주 스케줄 짜기도 힘듭니다.(웃음)"

2006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예술감독을 맡은 이후 실내악을 통해 클래식을 대중화하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한국에선 음악 자체보다는 유명 솔로 연주자를 보려고 공연장을 찾는 경향이 크지요. 그런데 한 사람이 같은 색채로 2시간 내내 연주하는 것보다 개성이 각각인 연주자들이 다른 악기로 조화를 이뤄가는 실내악의 음악적 재미가 훨씬 커요. 교육적으로도 좋고요." 클래식이 젊은 세대로부터 점차 소외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극성 부모들을 탓했다.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피아노 안겨서 억지로, 재미없게 시키니까요.(웃음)"

연주자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재능과 노력, 그리고 강한 정신력"이라고 했다. 프랑스 아내 마틴과 얻은 두 자녀는 뜻밖에도 음악과 무관하게 살고 있다. 아들 나일은 광고회사에, 딸 인아는 통번역대학원에 다닌다. "자기가 좋아하고 재능도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없었죠.(웃음) 예술로 성공하는 게 얼마나 험난한지 잘 아니까 적극 권하기도 어려웠고요."

객석을 열정과 흥분으로 몰아넣는 강동석의 연주는 이번 공연에서도 재연된다. "비결요? 음악과 연주자가 한 몸이 되는 거죠. 연주자가 그 곡에 설득돼 빨려 들어가면 객석도 감동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