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몰리는 펀드, 다음해엔 손해 본다

큰 인기를 모은 금융상품들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자문형랩어카운트(고객의 성향에 따라 투자금을 관리해주는 금융상품) 등도 '묻지마 투자' 광풍이 불면서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이후 곧바로 수익률이 추락하기도 했다.

2007년 이후 돈을 많이 모았던 펀드들도 대부분 1~2년 안에 기대 이하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히트 후 부진의 징크스

본지가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연도별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을 조사해본 결과 대다수 펀드가 이듬해에는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에는 2007년 4조원이 넘게 들어왔으나 이듬해인 2008년 -42.2%의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에는 2008년 1조원이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디스커버리 펀드는 이듬해에도 53.5%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인 54.1%는 넘지 못했다.

2009년에 1400억원의 신규자금이 들어온 블랙록월드광업주증권펀드는 이듬해인 2010년 25.9%의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해 당시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인 20.8%를 웃돌았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22.1%의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가장 관심을 모았던 펀드인 JP모간코리아트러스트증권펀드 역시 1조5993억원의 자금이 들어왔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이 -11.9%로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인 -8.4%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예외라면 작년 4991억원이 들어온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증권펀드 정도다. 이 펀드는 올해 연초 이후 수익률이 -2%를 기록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과거 수익률이 미래 보장하지 않아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은 주식형펀드의 구조상 돈이 많이 들어오는 펀드는 돈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높은 수익률을 내게 돼 있지만, 반대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오히려 수익률이 다른 펀드보다 더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식형 펀드에 돈이 들어올 때는 펀드가 막대한 자금으로 특정 주식을 사모으면서 해당 주식 주가가 급등하고 이에 따라 펀드도 좋은 성적을 내게 돼 있다. 그러나 일단 펀드 유행이 지나거나 특히 전체적으로 주가 하락기가 되면 펀드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역전현상이 일어난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 연구원은 "펀드투자자들은 펀드 수익률을 보고 투자하지만 이미 수익률이 올라간 펀드의 경우 오히려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가 비싼 펀드가 히트한다

히트하는 펀드가 반드시 실력이 좋은 펀드도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은행 등 판매사들이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펀드는 대부분 판매사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들이다.

현재 국내 주식형펀드와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펀드수수료는 각각 1.52%, 1.94%이다. 그러나 2007년과 2008년에 가장 히트한 펀드인 미래에셋인사이트펀드와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는 각각 3%와 1.6%의 수수료를 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