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 안심 못해… 안전자산 위주로 신중한 투자를"

"증시가 한 달간 상승세를 보였지만 안도할 순 없습니다. 지금은 안전자산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투자할 때입니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본부장(상무)은 최근 머니섹션M과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자산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했다. 최근 증시가 안도 랠리(상승세)를 보이면서 낙관론이 솔솔 등장하고 있지만, 경계를 풀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상승세는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약세장에서의 단기 상승)입니다. 이제 거의 끝나가는 것 같아요."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는 듯한 분위기, 예상보다 좋은 미국의 경제지표 등이 주가 상승세를 이끌었지만, 앞으로 좋지 않은 뉴스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로존 내 크고 작은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추가로 강등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정을 받더라도 지난 8~9월 폭락장에서처럼 코스피지수가 160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대부분 예고된 악재이니까요. 조정이 오더라도 소폭이고, 추가 상승이 오더라도 소폭일 가능성이 큽니다. 지수가 움직이는 박스권이 좁아지는 거죠. 1800~1900대에서 움직이는 박스권 장세를 이용한 투자를 하되, 지금처럼 지수가 많이 올랐을 때에는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높지 않으니 잠시 쉬는 게 좋습니다."

그는 특히 요즘처럼 세계 경제가 불확실할 때는 블랙스완(검은백조·발생 확률은 극히 적지만 나타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험)이 나타날 수 있어서 투자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 상무는 이 때문에 채권이나 확정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같은 안전한 자산 비중을 늘리고, 주식 같은 위험자산은 지수가 오를 때마다 현금화해 비중을 낮출 것을 권했다.

"하지만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합니다. 특히 국내 기업 후순위채권에 한번 주목해보세요."

그러면서 문 상무는 지난 8월 증시가 급락했을 때 '우리은행 후순위채권'에 투자한 상품의 수익률 자료를 내밀었다. 당시엔 미국과 유럽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한국의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크게 치솟았다. 외국에서 보기엔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적이 있는 나라로, 세계 경제가 취약해지면 위험한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채권 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채권가격 하락).

"우리은행은 절대 망할 회사가 아니라는 걸 한국인은 알지만 외국인은 잘 모릅니다. 8월 우리은행 후순위채권 가격이 급락했을 때 샀는데, 10월 들어 가격이 회복되면서 두 달 만에 8% 수익이 났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번에 걸친 급락장에서 지켜봤듯, 많은 사람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가 가장 좋은 투자 기회라는 것이다.

문 상무는 단기적으로 시장이 어수선하겠지만, 내년 말까지 길게 보면 국내 주식시장은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제기되고는 있지만, 이 위기는 중국의 정권이 교체된 뒤 중반기에 접어드는 2~3년 후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갑작스럽게 찾아올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 실적만 받쳐준다면,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을 넘어 2300~2400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월급쟁이 젊은 직장인이라면 적립식으로 꾸준히 넣는 것이 가장 좋은 투자법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을까. 문 상무는 지난 7월 출시 후 1500억원이 팔린 '한국투자 아임유(I'M YOU) 서바이벌 펀드랩'을 기획한 주인공이다. 3개월마다 펀드 성과가 좋은 펀드 5개만 골라 넣는 랩어카운트(맞춤형 자산관리계좌)인데, 8월 급락장 이전에 출시된 1호를 제외하고, 2·3호 상품은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그는 현재까지 살아남은 펀드 몇 개를 살짝 귀띔해줬다. 생존 리스트에 포함된 상품은 '삼성마이베스트주식형' '한국투자네비게이터' 'KB밸류포커스' '동부파워초이스' '교보악사코어증권' '신한BNP탑밸류' 펀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