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레넌·오드리 헵번·다이애나빈이 쓴 안경

"1962년 오드리 헵번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찍기 직전 회사로 찾아왔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크고 인상적인 색안경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다. 영화 첫 장면에 나오는 바로 그 선글라스다."

25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올리버골드스미스'의 3대 CEO 앤드루 올리버 골드스미스(Goldsmith·58)는 쉴 새 없이 안경에 얽힌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는 서울 매장 개장을 맞아 방한했다. 올리버골드스미스는 1926년 영국 런던에서 문을 연 명품 안경회사. 최초로 안경을 패션 액세서리로 끌어올린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이제는 모두 고인(故人)이 된 영국 다이애나빈·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오드리 헵번·가수 존 레넌 등이 대표적 고객. 최근엔 가수 레이디 가가가 이 회사 선글라스를 써 화제가 됐다.

―안경 브랜드로선 최초로 패션잡지(보그) 표지를 장식했다고 들었다.

"1920년대만 해도 안경은 눈 나쁜 사람들이 쓰는 시력교정 도구에 불과했다. 무거운 금속이나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것이 전부였다. 안경 세일즈맨이었던 할아버지 필립 올리버 골드스미스가 보다 못해 직접 안경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세테이트·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안경을 선보였다. 1940년대 사업을 이어받은 아버지는 여기에 디자인을 더했다. 불꽃·나비·잠자리 눈처럼 보이는 안경도 만들었다. 지나치게 파격적(crazy design)이었지만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우리 안경이 패션 잡지 표지를 장식한 것도 그 무렵이다."

―디자인을 따라 하는 회사도 많았을 듯싶다.

"있었지만 금세 사라졌다. 써보면 차이를 금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경은 겉보기엔 세고 강렬하지만 막상 써보면 자연스럽게 사람 얼굴에 녹아든다. 특정 디자인을 고집하는 대신 얼굴에 맞는 형태를 연구하는 데 치중한 결과다."

―다이애나빈이나 존 레넌은 매번 자기만의 스타일로 안경을 따로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다이애나빈은 워낙 매일 다른 옷을 입어야 하다 보니 안경도 여러 가지 색깔로 갖춰놓고 싶어했다. 그래서 라일락·살구색 안경테 등을 매번 그녀의 피부색에 어울리도록 따로 만들었다. 존 레넌은 동그란 안경테 마니아였다. 맑은 크리스털 안경테부터 아주 가늘고 섬세한 금속 안경테까지 만들어줬다."

―오래 써도 코 양옆에 자국이 남지 않는 기술로 유명하다.

"안경 무게를 효과적으로 분산하면 자국이 남지 않는다.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실험해 무게 중심의 황금 비율을 찾아냈고, 또 고객 각자의 얼굴에 맞춰 다시 안경테를 조절하는 수고를 들인다. 우리 안경은 그래서 3주 정도의 시간은 들여야 제대로 맞출 수 있다."

―당신만의 안경 고르는 기술이 있나.

"절대 가족이나 친구와 고르지 않는다. 그들이 '멋있다'고 골라주는 안경은 대개 실패한다. 반드시 혼자 여러 번 써보고 자기 얼굴에 가장 어울리는 제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