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LG배 세계기왕전] 腹中聲鼓

〈제7보〉(89~109)=거대한 진지를 쌓아 큰 집을 마련했다고 좋아하다가, 적의 침입군에게 안방을 내주고 땅을 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바둑속담에 이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 있으니 바로 복중성고(腹中聲鼓)다. 내 뱃속에 뛰어든 적이 자리를 잡고 북을 치며 날뛴다면 얼마나 기가 막히겠는가.

우변을 무량대가로 키우려던 흑의 야심이 적의 게릴라부대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 일단 89로 패(覇)를 때린 수는 절대. 91로 패를 해소한 것도 정수였고, 92~94도 쌍방 정확한 응접이다. 94로 참고1도 1로 잇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10 이후 A와 B를 맞봐 백이 안 된다는 결론이다. 중앙을 차단한 95도 기세의 한 수.

96으로 참고2도 1은 흑이 거꾸로 백의 '뱃속'에 살림을 차려 백이 곤란하다. 100에 이르자 백은 적진에서 귀신 같은 솜씨로 살았다. 상대 뱃속에서 북을 치며 노래하는 형상. 하지만 문제는 전체 형세로, 108까지의 결과는 절묘하게도 흑이 나쁘지 않다. 앞서 얻어낸 빵 때림 효과에 곁들여 중앙 흑세가 크게 불어난 덕이다. 흑은 숙제였던 하변에서 109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