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이야기 들어준 세월이 30년…"

"꼭 우리 집이 이사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에요. 아주 예쁘게 꾸며주고 싶어요."

서울 구로구 천왕동 남부교도소(옛 영등포교도소) 새 건물 1층 복도에서 송희순(54)씨가 '엄마 생각'이라는 제목의 김희진 작가의 유화를 걸면서 말했다.

송씨는 남부교도소에서 30년간 교정위원으로 봉사해왔다. 지난해 구로구 고척동에 있던 남부교도소가 이전 일정이 확정되자 송씨가 "좋은 환경에서 지내면 마음도 더 깨끗해질 것"이라며 실내 단장을 자청하고 나섰다. "우리 교도소가 62년 만에 옮기는데 집들이 선물은 꼭 해야겠더라고요. 친분 있는 화백들께 부탁해서 그림을 385장이나 모았어요. 액자 비용만 5000만원이나 들었어요."

남부교도소 '큰누님'으로 알려진 송씨와 교도소의 인연은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교도소 근처에서 갈비집을 운영하던 송씨에게 한 교도소 관계자가 "벌금 30만원을 내지 못해 노역형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온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그냥 벌금만 대신 내주었어요. 그러다가 더 뜻 있는 일을 하면 어떨까 싶어서 교정위원을 자처했지요."

이후 시간을 쪼개 교도소를 오가며 상담활동에 나섰다. 집에서는 "왜 하필이면 교도소냐"며 반대가 극심했다. 재소자들은 20대의 젊은 송씨를 향해 휘파람을 불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교도소 근처에 아파트를 얻어 출소자들을 돌봐줄 때는 주민들로부터 "불량배들을 다 동네로 끌어들일 셈이냐"는 항의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래도 송씨를 붙잡아온 것은 재소자들 가슴에 담긴 깊은 사연들이었다고 한다. 그는 "상담을 받는 재소자들이 이야기하다가 눈물을 쏟곤 하는 걸 보면서 '내 어려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고 했다.

출소자들이 소란을 피워 경찰서에 불려가면 보호자 역할도 자처했다. 그들을 위해 일자리를 얻어 주려고 인맥을 총동원했다. 2005년 송씨가 부친상을 당하자 인연을 맺어온 출소자들과 교도소 직원들이 무려 1000명이나 문상 와 주변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진 적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기쁜 일요? 그 사람들이 출소해서 직업을 갖고 새 인생을 출발하는 것을 보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