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대신 안전자산… 미래에셋 "지금은 수비"

지난 2007년 판매된 지 한 달 만에 시중의 뭉칫돈 4조5000억원을 빨아들이며 돌풍을 일으켰던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가 31일로 4주년을 맞는다. 4년 전의 화려한 성공에 비하면, 미래에셋도, 인사이트펀드도 요즘 너무나 조용하다. 인사이트 펀드의 설정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24%로 여전히 원금을 까먹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에 버금가는 위기로 글로벌 자산시장이 출렁대는 요즘, 과연 자산운용업계 1위인 미래에셋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투자 중심축 옮겨타는 미래에셋

주식시장의 간판 공격수로 통했던 미래에셋의 펀드 내 주식편입비중이 최근에는 업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래에셋은 지금까지 주식에 집중 투자하며 '편식'해 왔지만 올들어 안전자산과 상장지수펀드(ETF)·헤지펀드 등 대안투자로 방향을 틀어 '수비'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자산시장이 쉽게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 주식 비중을 줄여서 현금화하는 방어적인 운용 전략으로 급선회한 결과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유럽 위기와 미국·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 여러 불확실성을 고려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주식 비중을 낮춰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공격적으로 투자해서 수익을 내라고 미래에셋에 돈을 맡긴 건데 오히려 주식 비중을 확 줄여버려 최근 주가 상승세에서 소외됐다"는 이유에서다.

◇주식비중 업계 최저 수준으로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7일 현재 미래에셋운용의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86%대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말만 해도 미래에셋의 주식 편입 비중은 94%에 육박했는데 최근 3개월간 대폭 줄어든 것. 비슷한 운용규모를 가진 타 운용사는 같은 기간 오히려 주식 비중을 95~99% 수준까지 늘렸다. 운용사들은 상승장이 예상되면 주식 비중을 늘리고 반대의 경우엔 줄여가는 전략을 취한다. 반면 이 기간 중 주가는 1660선에서 1900선으로 오르면서 미래에셋의 3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15.28%를 기록해, 코스피지수 움직임(-12.65%)보다도 부진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최근 주가 상승세는 글로벌 경기 회복 때문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국가들이 공조(共助)하면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주식 약세장에 대비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 현금으로 갖고 있고 채권도 단기채 위주로 보유 중"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미래에셋의 행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 증권사 상무는 "미래에셋은 증시가 회복되기 직전에 주식을 다 팔아버려 수익률이 저조해졌다"며 "2년째 수익률이 부진한 데다 운용사뿐만 아니라 자문사와도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대안상품에서 돌파구"

미래에셋은 올초 여의도에서 서울 을지로 센터원 건물로 이주하면서 또 다른 변화를 시도했다. 박현주 회장의 36층 집무실 바로 옆에 절대수익펀드 등을 다루는 금융공학부문과 글로벌자산배분부문을 배치했다. 여의도 시절만 해도 박 회장 집무실 옆에는 임원실이 자리 잡았다.

증권가 사람들은 미래에셋의 달라진 사무실 배치도에서 박 회장이 점찍은 새로운 성장축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A투자자문사 대표는 "최근 미래에셋은 주식운용 부문을 줄이고 채권운용 인력을 보강하는 등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며 "주식·펀드 위주의 비즈니스에 한계를 느끼고 상장지수펀드(ETF)나 헤지펀드 쪽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미래에셋운용은 2007년 말 순자산 규모가 45조원에 육박하면서 압도적인 격차로 업계 1위를 차지했지만 펀드 환매가 이어지면서 최근 25조원대로 줄어들었다. 2위인 삼성운용과 격차가 줄어들면서 지금은 1위 자리까지 위협받고 있다. 증권가에선 투자전략을 급선회한 미래에셋이 앞으로도 1위 자리를 지켜나갈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