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모던 조선'] [73] '레뷰-껄'의 다리춤에 도포자락 나자빠지다!

조선일보 영화 담당 기자 심훈(沈熏)은 1929년 4월 30일자에 새로 개봉될 SF와 레뷰(revue) 영화를 소개했다. "'메트로포리쓰(Metropolis)'와 '몽, 파리(Mon, Paris)' 두 가지 영화는 고대한지 오래엇다. '몽, 파리'는 현대인의 '히스테리칼'한 말초신경을 자극 식히려는 일종의 춘화도에 지나지 못하겟슴으로 그다지 큰 긔대는 갓지 못하나, 메트로포리쓰 만은…" 하며 '몽, 파리'를 혹평했다.

심훈이 '춘화도'라고 평한 영화는 5월 24일부터 '몬파리'란 이름으로 단성사에 걸렸다. 단성사는 이 날짜에 실린 광고에서 "불국(佛國) 필님에테이슌 초특작 레비유 영화"로 "에데느하리에 양과…무란루주 화형군(花形軍) 수백명이 총출연"하고 "전편 탕려한 천연색으로…화려명쾌 센쓔얼한 근대적 흥미, 교격한 세기말적 자극과 몽환극락경"을 보여준다고 선전했다. 5월 31일부터 '유나이데트애틔스트'사가 제작한 영화 '철가면'으로 바뀐 것을 보면, 그 상영 기간은 여느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1주일에 불과했다.

'저속한' 평가를 받은 '몬파리'는 그러나 "'모던 껄'과 '모던 뽀이'의 신경을 마비식힌 동시에 미처뛰게 하엿스며… 그 천박한 영화는 도처에서 갈채"를 받았고, "녯날 도포짜리는 놀라서 길바닥에 잡바질" 정도로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거미줄보다 설핏한' 옷을 입은 '몽파리 나녀(裸女)'들이 '긔탄엄시 큰 길거리를 뻘거버슨 몸으로 질풍가티 쏘다니는' 새로운 여름 풍경을 만들어 낼 정도였다.(1929년 7월 27일자)

레뷰는 노래, 춤 따위를 곁들인 풍자 쇼의 한 형태로, 레뷰 영화는 이를 영화에 담은 것. '레뷰-껄'은 레뷰에 등장하는 무용수다. 1929년 9월 12일부터 조선극장에선 밴드의 노래에 맞춰 무용수들이 펼치는 '레뷰' 공연이 펼쳐졌다.(1929년 9월 8일자) 그 얼마 뒤 조선일보 '연예와 영화란'에선 "조선에도 레뷰가 수입되엿다"고 선언하고, "무미건조한 우리들 생활에 이러한 신긔하고 괴이한 레뷰가 얼마간 호감을 가지게 할지 모르나,…원래 그 레뷰라는 것이 생명이 짜른만큼 위태한 경업사(輕業師)의 일가태서 그 장래 역시 수명이 길것 갓지는 안흔 늣김"이라고 예상했다.(1929년 10월 9일자) 잡지 별건곤(1929년 9월 27일자)도 "요사히 유행하는 도발적 자극성을 가진 미녀의 궁둥이가 정말 레뷰-인지는 모르거니와…"라며, 갈수록 선정적인 레뷰 공연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레뷰 공연은 곳곳에서 펼쳐졌다. 창경원 밤 벚꽃놀이의 레뷰를 보고 안석영은 "겨우 가리울데만 얄팍하게 가리운 굴직굴직한 녀자들의 다리춤이 시작된 때는…새떼가티 군중이 모혀들렀다. '저다리! 저다리!' 이것은 군중의 외침이고, 나의 외침은 '저눈! 저눈! 정열에 타는 십뻘건 저 눈들!'…광란의 봄은 레뷰-껄의 다리를 지나갔다"며, 레뷰에 푹 빠진 관중을 그렸다.(1930년 4월 15일자) 레뷰는 그 선정성으로 인해 '딴스홀'이나 '극장 식당' 같은 '음지'에서 번성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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