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는 즐거워" 수출기업·관광·유통株 함박웃음

일본 엔화 강세에 시달리던 일본 정부가 결국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그동안 상승세였던 엔화 강세 수혜주가 앞으로도 순항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오전 미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이 75.31엔까지 주저앉으며 전후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자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이후 처음으로 시장에 개입했고,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79엔대로 올라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인 만큼 엔화 강세 수혜주도 당분간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야마와키 다카후미 JP모간증권 도쿄지점 수석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개입효과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수출업체에 '엔고 효과'

증권가에서는 엔고(高)가 지속되면 전기·전자, 자동차 등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이 개선돼 주가 상승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강세는 일본 수출기업들에 치명적이다. 수출 단가가 높아져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과 경쟁하는 국내 수출기업은 일본 제품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내다 팔 수 있어 수출이 증가하고 매출 확대가 쉬워진다.

실제로 최근 1개월간 일본 업체와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업종 내 대표기업들의 주가는 올랐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10월 한 달 동안 15.23% 올랐고, 같은 기간 현대차는 7.58% 올랐다.

다만 수출주 안에서도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부 전자업체의 경우 핵심 소재 및 장비에 대한 일본산 제품 의존도가 높아서 엔화 가치가 오르면 일본으로부터의 핵심 부품 수입비용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철강주의 경우 전통적인 엔고 수혜주이지만 이번에는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강세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효과는 미미하다"며 "국내 업체들이 가격이 싼 중국 철강업체들의 상황에 더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작년 기준으로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정도인 6억t가량을 생산했고, 일본은 8000만t, 한국은 4000만t을 생산하는 데 그쳤다. 일본 업체들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셈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철강 대표주인 포스코의 경우 엔화 차입금이 많아 엔화 가치가 오를 경우 오히려 외화 환산 손실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유통·관광 관련주에 호재

유통주와 카지노 등 관광주는 대표적인 엔고 수혜주로 꼽힌다. 일본 관광객 증가로 면세점, 백화점 등이 매출증가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GKL과 파라다이스, 호텔신라, 롯데쇼핑 등 일본인이 자주 찾는 백화점, 면세점, 카지노 등 명소가 그 대상이다.

일본 관광객 증가세는 눈에 띈다. 한국관광공사 집계 결과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여파로 주춤했던 일본인 관광객은 5월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8월에는 30만명을 넘었고, 9월에는 31만명을 돌파하며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33만명)에 다가섰다.

손윤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가치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국에 오는 일본 관광객들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일본 관광객은 엔화 기준으로 돈을 쓰기 때문에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면세점, 백화점 등 관련 업체들의 매출은 자연스럽게 커진다"고 설명했다.

일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항공주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는 최근 일본발(發) 항공기를 늘리면서 일본 관광객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1개월 대한항공의 주가는 13.12%, 아시아나항공은 4.64%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