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소통을 꿈꾸는데…

당신은 '미술 전문가'인가? '미술 애호가'인가? 아니면 단지 '미술에 관심이 있는 관객'일 뿐인가? 12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열리는 '소통의 기술'전(展)을 보고 난 느낌이 당신의 미술작품 감상 지수를 알려주는 척도가 될 것 같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일상, 개인과 사회의 소통에 관심을 보이며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온 30~40대 작가들 4명에게 전시실 하나씩을 통째로 맡겨 구성했다.

알제리 출신 작가 필립 파레노(Parreno·47)는 전시실을 연극 무대와 영화관처럼 꾸몄다. 관객들은 일단 전시실 입구에서 천장에 둥실 떠 있는 700여개의 황금빛 말풍선과 만나게 된다. 천장의 말풍선과 관객의 머릿속에서 맴도는 말이 조응하기를 바라는 것이 작가의 의도. 이윽고 안쪽 방의 불이 꺼지고 10분 35초짜리 영상물 '화성에서 온 소년'이 상영된다. 태국 치앙마이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설치된 건물에 불이 들어오자 구름이 짙게 깔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신화에나 나올 법한 물소 한 마리가 그 앞을 천연덕스럽게 지나간다. 스스로를 '마법사'라고 부르는 파레노는 자신이 상상한 것을 관객이 체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을 꿈꾼다.

알바니아 작가 안리 살라(Sala·37)는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영상물 '오랜 슬픔'에선 창틀에 매달린 색소폰 연주자가 쇠락한 베를린의 예술가 지구를 바라보며 즉흥곡을 연주한다. 구슬픈 색소폰 소리가 울려퍼지는 전시장은 단독 콘서트장 같은 착각을 갖게 한다.

이 밖에 한국 작가 함양아(43)의 '영원한 황홀', 쿠바 작가 호르헤 파르도(Pardo·48)의 설치 작품 '불고기' 등이 전시에 나왔다.

미술계는 작가들의 '이름값'만으로도 이번 전시를 반기는 분위기다. 'A급 작가들의 대표작만으로 구성된 보기 드문 전시'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 한 전시 기획자는 "그간 국내 전시가 국제미술계의 담론과는 동떨어진 시장중심적인 전시 일색이었는데 이번 전시는 비교적 당대와 가까운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돼 오래간만에 지적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 관객들의 반응은 미술계와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제3세계 출신의 작가들이 낯선데다가 미디어·설치 작품 위주라 해설사의 설명 없이는 원활한 감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관람객 이지호(16·고1)양은 "영상 작품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소통의 기술'이라기보다는 '소통하게끔 노력하게 하는 전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신의 평가는 과연 어느 쪽? (02) 2022-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