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 등 '못난이 펀드', 찬바람 불자 일제히 반격

8월 초 몰아닥친 한파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전 세계 금융시장이 지난달부터 차츰 안정을 되찾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과 원자재 시장의 반등 분위기 속에 8~9월에 유독 큰 타격을 받았던 이른바 '못난이 펀드'도 무너진 수익률 만회에 나섰다. 금융 위기의 재현에 대한 두려움으로 외면받았던 금융 펀드와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던 IT(전기전자) 펀드, 원자재 펀드 등이 그 주인공이다.

◇반격 나선 금융·IT 펀드

8~9월 펀드 시장의 패자(敗者)는 금융 펀드였다.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유럽 은행들이 속출하면서 재정 위기가 금융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는 공포가 자리 잡은 탓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은행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한 달 전만 해도 금융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20%를 넘어섰다. 그러나 그리스 등 재정 상태가 극도로 위험한 국가를 구제하고 부실한 은행들을 재정비하기 위한 유럽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은행주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집계(10월 31일 기준)를 보면 10월 한 달간 국내 금융주에 투자하는 금융 펀드는 11.0%의 수익을 냈다. 해외 금융주에 투자하는 해외 금융 펀드는 9.1%의 수익률을 올렸다. 국내 금융 펀드 중 '삼성KODEX증권주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펀드는 한 달간 12.2%의 수익을 올렸다. 이 펀드는 지난 8월 초 기준으로 삼성증권과 한국금융지주 등의 주식을 보유했는데, 삼성증권 주가는 10월에 11%가량 올랐다.

IT 펀드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국내 IT 대표주인 삼성전자의 주가는 한 달간 13% 상승하며 100만원을 넘보고 있다. 이에 IT주에 투자하는 IT 펀드도 초라했던 수익률을 만회하고 있다. 지난달 IT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1.4%로 테마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NHN 등의 IT 기업에 투자하는 '하나UBS IT코리아증권투자신탁1[주식]ClassC4' 펀드는 지난 한 달간 11.5%의 수익률을 올렸다.

◇중국·러시아 펀드의 귀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던 해외 주식형 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연초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7조8000억원 감소했지만 최근 한 달간 설정액 감소 규모는 4000억원 정도에 그쳤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가운데 특히 10월 한 달간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H주)에 투자하는 중국(홍콩H) 펀드와 러시아 펀드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중국(홍콩H) 펀드는 지난달 평균 11.0%의 수익을 냈다. 중국 본토 펀드도 3.4%의 수익을 올려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났다. 중국 관련 펀드가 최근 선전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그동안 중국 증시를 짓눌러온 긴축 정책을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덕분이다. 이에 대한 기대로 홍콩H 지수는 10월에 15% 반등했다. 9월에는 18% 하락할 정도로 부진했었다.

원자재 부국인 러시아 증시는 최근 다시 오르기 시작한 원자재 가격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 유가는 다시 배럴당 100달러대로 올라섰고 구리 가격은 10월에 15% 오르며 3개월 만에 플러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9월 한 달간 온스당 300달러 떨어졌던 금값도 10월에는 6%가량 상승했다. 이처럼 원자재 가격 반등에 힘입어 러시아 증시가 지난 한 달간 14% 오르자 러시아 펀드의 한 달 수익률도 급등, 13.1%를 기록했다. 원자재 펀드의 10월 수익률도 13.1%로 선전했다.

◇증시 오르니 국내 자금 빠져나가

8~9월 국내 증시가 출렁일 때 저가 매수의 기회를 틈타 늘었던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10월에는 5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펀드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900을 넘고부터 자금이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있다"며 "단기적으로 크게 오른 만큼 차익 실현을 위한 환매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