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가 수집한 까르띠에 '100년의 전설'

"1910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리본 목걸이를 처음 대했을 때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수백 개의 오닉스(Onyx·까만 줄무늬 마노)와 다이아몬드를 플래티늄으로 감싸 만든 작품이었는데, 약 100년 전 제품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웠어요. 중앙에 박힌 5.35캐럿짜리 다이아몬드는 이번에 복원하면서 새로 박아넣었고요. 이런 작품을 일반에 공개할 수 있어서 뿌듯합니다."

프랑스에서 온 베르나르 베르제(Berger·58)는 고고미술학·역사학을 전공한 보석 수집·감정사다. 10년 넘게 소더비(Sotheby) 스위스 제네바 경매에서 일했고, 1996년부터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와 함께 희귀 보석을 수집하고 있다. 베르제씨가 올해 새롭게 기획·감독한 골동(antique) 보석 전시회 '2011 까르띠에 트래디션'이 4~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메종 까르띠에'에서 열린다. 1900~1970년대 희귀 보석 50여점을 한데 모았다. 1일 만난 베르제씨는 "고객들의 끊임없는 요청 때문에 전시회를 열게 됐다"고 했다.

"신상품보단 오래된 제품을 사고 싶다는 고객들이 최근 들어 부쩍 많아졌습니다. 또 예부터 조상에게 물려받은 제품을 되팔고 싶어하는 고객들도 많았고요. 문제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고 수집·복원할 만한 인력이 없었다는 거죠. 제가 까르띠에와 손잡고 희귀 보석을 수집하게 된 이유입니다."

1998년 '까르띠에 트래디션'의 감독을 맡자마자 그가 처음으로 한 일은 파리·런던·뉴욕 등 대도시에 배포되는 주요신문마다 광고를 낸 것이었다. "'까르띠에가 까르띠에를 찾는다'는 문구를 내걸고 우리가 만든 오래된 보석을 수집하고 싶다고 했죠. 전화가 수백 통 걸려왔습니다. 다섯 사람 중 한 명은 진품을 들고 왔어요. 물론 1년 전에 산 시계를 들고 와서 골동품이라고 주장한 사람도 있긴 했지만요.(웃음)"

그는 상상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작품들을 대할 때면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1911년 제작된 다이아몬드 수천개를 박아넣은 왕관부터 중국 왕실에서 수입한 옥(玉)과 다이아몬드로 만든 물고기 모양 귀고리, 수십 개의 좁쌀 진주와 다이아몬드를 박아넣은 시계 목걸이, 루비를 박아넣은 안경 목걸이까지…. 베르제씨는 "오래되고 손때 묻은 작품들이라 신상품처럼 깨끗하고 견고하진 않지만 당대 황실·귀족들의 생활과 문화를 짐작케 해주는 소중한 자료"라고 했다. 무료 관람. 문의 (02)518-0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