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겉구조만 잰 도면만 갖고 완벽한 복원 가능하겠나

지난 2008년 숭례문이 불에 탄 뒤, 문화재청은 "숭례문 복원에 필요한 자료를 찾는다"는 공지를 냈다. 재미(在美) 건축가 최용완(崔容完·73)씨가 이 소식을 듣고 미국서 입국했다. 그가 가져온 것은 1961~63년 숭례문 해체 보수 공사 당시의 숭례문 해체 실측 기록 1권(40쪽)과 조원재·양철수·임천 등 당시 공사 관계자의 육성 기록을 담은 노트 한 권(47쪽). 최씨는 1960년대 숭례문 공사 때, 조원재 도편수 밑에서 실측과 도면 기록 작성을 담당했다.

숭례문은 원래 설계도는 물론, 1960년대의 해체 실측 도면이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 당시 문화재청은 "건축가 최용완씨가 소장한 숭례문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 작업을 진행 중. 원형 복원에 매우 중요한 자료로 판단된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2일 최씨는 "당시 문화재위원회에 참석해 자료를 공개하고 문화재청이 열람 후 사진 4~5장을 찍었지만, '다시 연락 드리겠다'고만 해서 다시 미국으로 자료를 갖고 돌아갔다"며 "지난달 18일 문화재청장 직인이 찍힌 이메일 공문을 받았다"고 했다. "문화재청에서는 숭례문 복구를 위하여 소장하고 계신 자료 제공을 의뢰하오니 검토하여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

3년 만에 다시 자료를 들고 한국을 찾은 최씨는 "4일 문화재청 관계자를 만나 자료를 기증할 예정"이라며 본지에 자료를 공개했다.

◇어떤 자료인가

내년 말 완공이 목표인 숭례문 복원 공사는 공정률 60%로 성벽 복원은 끝났고, 목공사에 들어갔다. 지난 2006년의 정밀 실측 도면(182장)과 1960년대에 발간된 수리 보고서가 토대가 됐다.

하지만 최씨는 "2006년 실측 도면은 외형을 실측한 것이라 한계가 있고, 1960년대 보고서는 고증 자료일 뿐 실질 복원을 위한 기술 자료는 될 수 없다"고 했다.

최씨가 소장한 해체실측 기록은 지금은 불타고 없어진 2층 문루와 지붕의 여러 부재(部材) 규격과 기울기, 수리된 부재의 위치와 수량 등이 매우 상세히 적혀 있어 숭례문을 '원형 복구'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루 2층 종도리와 대들보 같은 건축 부재의 이음·얽음 방법 등은 2006년 정밀 실측한 자료에는 기록되지 못한 채 이후 불에 타 없어져 더욱 귀한 자료다.

최씨는 "상층 지붕 서까래, 짧은 서까래 등 각 재료 하나하나의 길이, 휜 정도까지 일일이 재서 기록했고, 심지어 '못 자국이 없다'는 것까지 꼼꼼히 적었다"며 "이 자료를 분석, 검토하면 불타 버린 내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국보의 '해부도면' 같은 것이다.

◇그런데 왜 이제야?

문제는 2008년에 자료를 '확인'한 문화재청이 왜 그간 자료를 '확보'하지 않았는가 하는 점.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증자에 대한 보상, 처우 등과 관해 얘기를 주고받다가 늦어진 것 뿐"이라며 "최씨가 기증한 자료가 매우 의미 있고 귀한 자료인 것은 분명하지만, 불타고 없는 내부를 복원하는 것은 대목장의 몫"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씨가 다소 고령인데다 기부자의 변심 여부도 장담할 수 없고, 자료의 유실이나 훼손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 한 고건축 전문가는 "3년 전에 자료를 확보해 복원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이미 분석이 끝났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