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前 떠난 남편이 주는 장학금"

"우리 남편처럼 돈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전석분(66)씨는 장학금을 기부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경희대에 기탁한 3억원은 16년 전 먼저 떠난 남편 조세희씨와 한 약속 때문이라고 했다.

"남편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것을 가장 부러워했어요. 자기처럼 공부하고 싶어도 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을 만들자고 했었죠. 그 약속을 16년이 지난 이제야 지킬 수 있게 됐네요."

남편은 시골에서 태어난 6남매의 맏이였고, 농사꾼인 부모와 함께 동생들을 돌봐야 했다. 대학 진학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는 어렵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다던 오랜 희망을 이루지 못한 채 1994년 먼저 세상을 등졌다.

이후 전씨는 서울 중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며 생계를 꾸렸다. 혼자 힘으로 삼남매를 키우기는 힘들었지만 한 번도 남편의 꿈인 장학 사업을 잊은 적은 없다고 한다. 전씨는 "매달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따로 만든 통장에 돈을 넣었다"며 "10원도 넣지 못한 달도 있었지만 죽기 전에 꼭 남편의 뜻을 지키기 위해 허튼 돈은 한 푼 안 쓰고 16년간 모았다"고 했다.

경희대를 택한 것은 큰딸 현준(43)씨의 모교이기 때문이다. 경희대는 전씨의 뜻을 살려 장학금 이름을 '조세희 장학금'이라고 짓고, 문과대 영문학과 302호 강의실을 '조세희 강의실'로 헌정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전씨 남편 조세희씨 이름으로 학생 4명에게 1인당 한 해 250만원씩 장학금을 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