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 속에 산처럼 살아있을 岳友(악우)여…"

"산악인은 산으로 가야 산악인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에 있는 산악인은 산악인이 아니라고 봐요. 야성을 잃은 호랑이지요. 들판에서 뛰며 사냥해야 호랑이가 호랑이죠. 나는 죽는 그날까지 탐험할 것입니다."

3일 오전 서울대병원 강당. 히말라야 안나푸르나(8091m) 등반 중 실종된 박영석 원정대의 합동 영결식장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박 대장이 베이스캠프에서 남긴 마지막 육성이 흘러나오자 무거운 흐느낌이 퍼져 나갔다.

조문객으로 가득 찬 영결식장에 들어서지 못한 사람들은 복도에 선 채 TV로 영결식을 지켜봤다. 국내 첫 '산악인의 장(葬)'으로 엄수된 이날 영결식에는 실종 산악인들 가족과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을 비롯한 산악단체 회원들, 김희옥 동국대 총장 등 500여명이 참석해 히말라야에 묻힌 산사나이들의 넋을 기렸다.

이인정 회장은 조사(弔辭)에서 "박영석 대장과 강기석·신동민 대원이 추구한 도전과 개척 정신은 우리 마음에 살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가족 대표로 나선 박영석 대장의 큰 매형 이계천씨는 "두 대원과 함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타날 것만 같았는데 결국 가슴이 무너졌다"며 "부디 돌아오지 못한 그들의 몸을 우리 조국 대한민국으로 꼭 모셔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성기학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이사장, 전병구 한국산악회 회장, 김희옥 동국대 총장이 추도사를 하고, 배경미 대한산악연맹 국제교류담당 이사가 헌시를 낭독했다. "산이 생명이라고 웃던 그 악우(岳友). 산을 제일로 사랑했던 그 악우여…. 어이해 눈보라 속에 사라졌나, 그 친구."

대한산악연맹 노래 모임인 '알파인 코러스'의 '악우가(岳友歌)'가 흐르면서 산악인들의 울음소리도 커졌다. 그리고 조문객의 헌화가 40분가량 계속됐다. 동료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그 자리에 쓰러져 "안나푸르나의 신이여, 부디 노여워하지 말고 이들이 편안하게 갈 수 있도록 영혼들을 거둬달라. 끝까지 같이 갈 수 있게 진작에 나를 데려가시지"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달 18일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정상에 이르는 새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실종된 박 대장과 두 대원은 집중적 수색 작업에도 불구하고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