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엄지족' 최고수는

'경찰청 창살 철창살은 싼 철창살인가 안 싼 철창살인가?'

첫째 문제가 출제되자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가락이 분주해졌다. 돋보기 안경을 코끝에 걸쳐 쓰고 진지한 표정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꾹꾹 눌러 쓰기 시작했다.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달인, 실버 엄지족(族)을 찾는 '휴대전화 활용능력 경진대회'가 열렸다. 참가자 200여명의 평균 연령은 73.3세였다. 대회는 대형 스크린에 뜬 10~20자 문장을 휴대폰 문자로 똑같이 써서 지정된 전화번호로 가장 먼저 보내는 사람이 경품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시작한 지 30초도 지나지 않아 첫 성공자가 나왔다. 거푸 오타를 낸 최모(78) 할머니는 "떨려서 그런가. 왜 이리 실력발휘가 안 되지"라며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6개월 전부터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이강신(70) 할아버지는 "평소에 자식들에게 하트 이모티콘(도형)을 자주 보내는 편"이라며 '휴대폰 완전정복~♡ 가자 모바일 세상으로!'라는 출제 문장을 일사천리로 찍어 보냈다.

대회 참가를 응원하는 환갑이 넘은 큰사위와 카카오톡으로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이수(80) 할아버지는 "요즘 이거 배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니깐. 손녀와 문자 하면서 '열공(열심히 공부)'이라는 말뜻도 알게 되고, 젊어진 기분이야"라며 웃었다.

대회를 주최한 SK텔레콤은 2007년부터 전국 11개 지역의 노인복지관에서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 알람이나 달력 등 휴대전화의 각종 기능을 사용하는 법을 교육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대학생 자원봉사단이 1대 1 도우미로 어르신들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