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없던 시사 풍자 코미디 기대하세요

개그맨 장두석과 이봉원의 '시커먼스', 김한국과 김미화의 '쓰리랑 부부'. 1980년대 후반 한국 개그 프로그램에 획기적인 바람을 불러온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쇼비디오 쟈키'의 인기 코너들이다. 모두 연출자 윤인섭(58) PD의 손을 거쳤다. 또 한 사람. 순박하면서도 따뜻한 코미디 연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그맨 겸 연기자 '쉰옥수수' 임하룡(59). 이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12월 개국할 신생 방송사 TV조선의 코미디 프로그램 '10PM'이다. 임하룡으로선 11년 만의 코미디 복귀이다.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들은 "풍자의 미학을 잃지 않으면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전혀 다른 코미디 스타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둘만의 인연이 있나.

임하룡(이하 임) "70~8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있던 레스토랑 '꽃잎'에서 MC를 보고 있었을 때다. '웃기는 애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윤 PD가 나를 찾아왔었는데 엇갈려 만나지 못했다. 신선한 얼굴을 찾으러 왔는데 그때 내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여서 깜짝 놀라 도망간 것 같다."(웃음)

윤인섭(이하 윤) "임하룡씨가 1978년도에 방송활동을 시작하고 '유머 일번지'의 전신인 '젊은이의 토요일'에 출연할 때 나는 '젊음의 행진'을 연출했다. 그때 방송국에서 만났다. 그리고 '쇼비디오 쟈키'를 시작하면서 임하룡씨가 진행자로 참여하게 돼 친분을 쌓았다."

―'쇼비디오 쟈키'를 기억하는 팬들이 아직도 많다.

윤 "당시로서는 최초의 공개 콩트 코미디였다. 말하자면 지금 '개그콘서트'의 전신이다. 당시에 5개의 코너가 있었다. '동물의 왕국'은 10대, '시커먼스'는 10~20대, '쓰리랑 부부'는 30대, '네로 25시'는 40대, 임하룡씨가 출연했던 '도시의 천사들'은 50대를 겨냥했다. 전 세대를 포괄하는 코미디였다."

임 "아니 왜 나를 50대로 몰아. 모든 층의 사랑을 받았던 거지."(웃음)

―오랜만에 코미디로 복귀하는데.

임 "그동안도 나는 쭉 코미디 연기를 해왔다. 코미디를 아예 쉬었던 건 아니다. 내가 영화에서 하는 연기는 웃기지 않았나? 콩트 연기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내가 아닌 남이 돼서 하는 것이라면 뭐든 좋다. 다만 '시사 코미디'라는 게 부담은 된다.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분야라서 그렇다."

―한국 최초 '정통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이라는데.

윤 "난 늘 새로운 걸 추구해왔다. 대학생 때는 전인권과 음악을 했고, PD가 되곤 쇼프로그램의 전환기를 맞게 한 '젊음의 행진'을 제작했다. 1985년에는 젊은 것만 하는 게 물려서 '가요무대'를 연출했다. 그 이후에 만든 게 '쇼비디오 쟈키'다. 그리고 1995~96년 주병대·김병욱 PD와 함께 한국 드라마에 '시트콤'이라는 장르를 선보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전무후무한 시사 코미디의 새 장을 열 것으로 확신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을 계획인가.

윤 "자세한 내용은 지금 말해줄 수 없다. 다만 엄혹하던 시절 풍자 개그가 관념적이고 비유적인 수준에서 머물렀던 것과 다르게 아주 직설적으로 풀어낼 거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고루 다룰 거다. '시사 몰래카메라' '토크 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형태의 코너 10여 가지가 고루 배치돼 있다."

임 "한민관·조원석 등 35명의 개그맨이 출연한다. 나는 '국무회의' 포맷 코너에서 대통령으로 출연한다. 기존 대통령 중 한 분을 모델로 하지는 않을 거다. 가상의 인물이다. 전 국민의 의견을 듣고 아우르는, 지혜를 던져줄 수 있는 대통령을 연기할 거다."

―시사 프로니 준비도 따로 많이 해야겠다.

윤 "사실 난 사회문제에 관심 없다. '어떻게 하면 재미를 줄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다 보면 사회 이슈가 소재가 될 뿐이다. 시사 코미디에서 중요한 세 요소를 꼽으라면 '의미·정보·재미'인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언제나 재미다. 첨예한 사회 이슈도 지혜롭게 코미디에 얹으면 기분 좋게 이해할 수 있다."

임 "재미에다 감동도 주면 더 좋다. 사실 누군가를 풍자한다는 게 성격상 잘 맞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소통과 지혜의 장을 마련하는 용광로 같은 코미디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