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투자 수익 홈런보다 철통 수비로 원금 손실 막아라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600만명 관중 시대를 열며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야구팬들이 시즌 후반까지 박빙의 순위 싸움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야구는 무조건 치고 열심히 달린다고 해서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거물선수만 모여 있어 홈런이 연이어 터지지 않는 한, 투수·포수·유격수·외야수 등 세분화되어 있는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힘을 모아야 승점(勝點)을 따낼 수 있다. 전략을 잘 세우지 않으면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어설픈 '동네 야구'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재테크도 똑같다. 야구가 선수들이 자존심을 내걸고 펼치는 피튀기는 승부전이라면, 재테크는 개인이 자신의 노후(老後)를 걸고 벌이는 생존 게임이다. 머니섹션 M이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소속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 야구에 숨어 있는 돈 버는 전략을 살펴봤다.

◇득점 찬스를 노려라

야구는 두 팀이 9회 말까지 공격과 수비를 번갈아가면서 진행한다. 공격팀은 최대한 득점 찬스를 노리고, 수비팀은 상대팀이 점수를 내지 않도록 방어하게 된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부장은 "야구에서 공격팀의 최종 목표가 득점이듯, 투자자가 시장 대비 약간 높은 수익을 얻고 싶다면 주식과 채권이 섞여 있는 혼합형 펀드를, 이보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국내 주식형 펀드로 방망이를 휘두르면 된다"고 조언했다. 향후 고성장이 기대되는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도 점수를 올리기에 알맞다. 하지만 자산을 빨리 불리고 싶다고 해서 공격형 상품에 목돈을 올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 부장은 "주식형펀드 등 공격형 상품에 넣는 자금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30~40대 직장인 이라면 목돈의 60~70%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수비 범위를 넓혀라

야구에서 수비는 공격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다. 수비에 허점이 생기면 막강한 화력을 가졌어도 허사가 되고 만다. 그 여파로 공격 리듬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 재테크에서의 수비는 실점(失點)을 하지 않는 데에 치중하면 된다. 즉 원금을 까먹지 않는 데에 초점을 맞추면 된다는 얘기다. 다만 지금은 시중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이기 때문에 원금을 지키겠다고 해서 예전처럼 은행 예금에만 의존해선 곤란하다. 안병원 삼성증권 과장은 "절대수익추구형 펀드나 공모주 펀드, 혼합형 펀드, 국고채, 물가채, 채권형 펀드,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등 하락 위험을 구조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상품 위주로 먼저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시장 상황에 따라 일부 위험자산을 편입하면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픽 참조〉.

◇투자 통장은 쪼개라

과거 선발투수는 불펜 소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에이스라고 해도 100%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투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현대 야구는 선발투수가 혼자서 짊어졌던 위험 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꾀했다. 바로 중간에 구원투수와 마무리투수를 투입하는 것이다. 선발투수는 그저 남들보다 먼저 나온 투수라고 할 정도로 투수 역할이 분업화됐다. 재테크도 마찬가지다. 돈의 목적에 따라 계좌를 분리하고, 주머니의 돈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도록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상대 삼성증권 상무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통장과는 별도로 안정적이면서 정기적인 현금 창출까지 가능한 안정형 통장의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돈의 목적에 따라 통장을 구분하고 주머니의 돈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구에서 투수들을 세분화해서 운용하는 것처럼 투자 통장도 촘촘히 나눠 운용하면 자금 누수(漏水)를 막고 체계적으로 가계부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 재정을 든든하게 지켜줄 투자 통장으로는 ▲장기 위험자산 통장 ▲단기 위험자산 통장 ▲안전자산 통장 등 3가지가 꼽힌다. 장기 위험자산 통장은 변액보험·변액유니버셜보험 등이 있고 단기 위험자산 통장은 펀드·주식·ETF·ELS 등이 있다. 안전자산 통장은 채권·예금 등으로 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