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없이 우울하고 멜랑콜리한 그녀들을 위한 조언

여름철 한강 고수부지에 나가보면 자외선 차단제를 두껍게 바르고 모자를 쓰는 것으로도 모자라, 복면 강도처럼 얼굴을 꽁꽁 싸매고 운동하는 한국 주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피부미용에 대한 지나친 걱정 때문에 ‘햇빛 혐오증’과도 같은 과도한 자외선기피 현상이 있는 여성들은 요즘과 같이 일조량이 뚝 떨어진 날씨가 무척 반가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햇빛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여성들의 정신건강 차원에서 보면 그다지 좋아할 일만은 아닙니다. 특히 까닭 없이 우울해지고, 쉽게 감상에 빠져들고,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등 가을만 되면 ‘마음앓이’를 하는 여성들이라면 지금 당장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민낯으로 햇빛과 마주해야 할 지도 모릅니다. 가을이 되면 누구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자신의 내면 속으로 침잠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감상적인 기분에 빠져드는 정도를 넘어 만사가 귀찮고, 쉽게 피로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의욕상실의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졸음이 계속 온다면 ‘계절성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우울 증상을 전문 용어로는 ‘계절성 정서 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라고 합니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많은 편이며, 대개 가을에 시작해 겨울에 극심해지다가(외국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을 가리켜 ‘윈터 블루스(Winter Blues)’라고도 부릅니다), 다시 봄이나 초여름쯤 잠잠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멜랑콜리한 기분에 빠지는 가장 큰 주범은 ‘날 버리고 간 첫사랑’이 아니라 바로 호르몬입니다. 가을이 되어 햇볕이 부족해지면서 행복감과 편안함을 좌지우지하는 세로토닌의 생합성이 제대로 되지 때문이죠. 식욕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생기는 일반 우울증과 달리, 계절성 우울증의 경우 식욕이 왕성해져서 살이 찌는 것도 세로토닌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넛츠, 감자칩, 쿠키 등 살찌기 쉬운 고탄수화물 음식들이 세로토닌 수치를 쉽게 올려주기 때문에 계절성 우울증이 있으면 이와 같은 음식들이 유난히 당기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계절성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첫째, 역시 운동입니다. 특히 실내 헬스클럽에서 트레드밀을 하는 것보다는 야외에서 햇빛 샤워를 실컷 하면서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운동은 기분을 조절하는 뇌 신경전달물질은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변화를 가져와 우울증을 완화시켜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둘째, 주변을 항상 밝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낮 동안에는 바깥 활동을 늘리고, 집에 있더라도 커튼을 활짝 걷어두고 생활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미가 늘어날까 봐 걱정이시라구요? 우울증 때문에 마음의 감옥에 갇혀 지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주근깨 한 두 개 느는 편이 더 나을 지 모릅니다. 이와 같은 광선 요법(Light therapy)은 실제 정신과에서도 치료에 활용되는데요, 5000룩스 가량의 강한 광선이 나오는 라이트 박스 앞에 환자를 매일 일정 기간 앉아있게 합니다. 빛을 쬐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셋째, 도심에서 쇼핑을 하는 것보다는 좀 심심해도 자연을 마주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쇼핑을 하면 엔도르핀이 ?구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자극은 매우 말초적이고, 단기적입니다.  백화점 대신 공원과 같은 자연을 산책하면 자연의 색과 소리, 맑은 공기, 향기로운 냄새가 뇌를 자극해 우울증 완화에 그 어떤 항우울제보다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수다떨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사색의 계절이랍시고 입에 자물쇠를 채워놓고 사색만 하다보면 우울증이 더욱 심각한 상태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평소 가을만 되면 이와 같은 계절성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생각되시는 분들은 일부러 주변에 친구와 지인들을 더욱 가까이 하십시오. 문자 메시지보다는 자주 전화하고, 전화보다는 자주 만나세요. 수다 떨기? 나쁘지 않습니다. 최근에 본 드라마 얘기도 좋고, 정치 얘기도 상관없습니다. 수다 자체가 요즘 같은 계절에는 주부들에게는 마음의 보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 힐리언스 선마을 촌장 이시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