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전시를 원해? 그럼 모든 걸 천장에 달아버리면 되겠네

밀랍으로 만든 존 F 케네디의 실물 크기 인형이 관 속에 누워 있다. 바로 아래에는 박제된 말(馬)이 늘어져 있다. 무릎을 꿇은 아돌프 히틀러,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피카소, 흰 천에 덮여 코만 내놓은 코끼리, 수십 마리 박제 비둘기….

회화, 조각, 박제 등 130점이 모두 구겐하임 미술관 천장에 늘어뜨린 흰 밧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벽과 복도에는 한 작품도 걸려 있지 않다. 가히 엽기적이고 압도적인 비주얼. 이탈리아 출신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Cattelan·51)의 회고전 겸 은퇴전 '올(All·모든 것)'이 4일 개막되자, 뉴요커들은 충격에 빠졌다. 이 전시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집단 자살을 연상케 하는 작품에 관객들은 놀라는 것을 넘어 경악하고 있다"고 평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마르셀 뒤샹(변기를 전시장에 들여놓고 '샘'이라 이름 붙인 작가) 이후 가장 파격적이고 천재적인 작가로 꼽힌다. 다이아몬드를 박은 해골상을 내놓은 데미안 허스트와 비교해도 '악동' 면모가 결코 덜하지 않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요리사, 영안실 관리인들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던 그는 "좀 더 대우를 잘 받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90년대 들어 예술가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밀라노 증권거래소 앞에 세워진 그의 작품 'L.O.V.E'는 가운뎃손가락을 세워 '엿먹어'라고 욕하는 듯한 조각상. 철거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밀라노시가 반으로 갈라지기도 했다. 무릎 꿇은 히틀러, 관 속에 누운 케네디, 운석에 맞은 교황, 교수형당한 남자 등 그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세계 미술계에서는 논란이 뜨거웠다.

회고전이 그렇듯 이번에 나온 작품 대부분이 기발표작. 그러나 모든 것을 매달았다는 점이 이전과는 다르다. 독특한 전시방식을 주문한 구겐하임 큐레이터에게 "그렇게 새로운 게 필요하면 모든 걸 매달지 그러느냐"고 응수하면서 이번 전시 방식이 결정됐다는 것. '파격'을 요구하는 세상을 조롱하는 것으로 자신의 은퇴전을 장식한 셈이다. 끝까지 악동.

쉰 살이 갓 넘은 나이에 은퇴한다는 것도 놀랄 만한 대목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 자신을 스스로 패러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롱거리가 되느니,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