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에 110억 전재산 맡기고 떠난 교수님

"선생님, 못 뵌 지 10년도 넘었네요. 저 알아보시겠어요?"

2009년 11월 서울대학교 총장실로 유회진(53·사진) 전 동아대 교수가 찾아왔다. 당시 이장무 총장은 1984년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유 전 교수의 은사였다. 유학 추천서도 당시 기계설계학과 교수였던 이 전 총장이 써줬다.

제자는 많이 아팠다. 학창 시절 역도와 보디빌딩 선수로 활동했던 모습은 남아 있지 않았다. 2001년에 뇌출혈로 쓰러져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고, 2009년 구강암 판정까지 받아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유 전 교수는 이 전 총장에게 "아무래도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아서, 죽기 전에 뜻깊은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부하다 때를 놓쳐 미혼인 데다, 가까운 친척도 없었던 유 전 교수는 부모가 남긴 유산을 거의 손대지 않고 모아두고 있었다.

유 전 교수는 "110억원쯤 되는 재산을 사후에 전부 서울대에 기부하고 싶다"면서 "이공계 발전을 위해 써달라"는 당부를 붙였다. 유 전 교수는 기부 약정을 한 뒤 암 수술을 받았지만, 경과가 좋지 않았고 결국 지난 10일 세상을 떠났다.

1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그의 빈소는 쓸쓸했다. 상주는 '서울대학교'로 표시돼 있었고 5촌 조카 부부와 간병인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 전 교수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부산 동아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건강 악화로 퇴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