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빛 천사들의 합창 "희망을 노래해요"

"평소처럼 하자, 긴장하지 말고 스마일."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 합창단은 단장 이현정(49)씨의 말에 금세 눈가에 웃음을 띠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은 무지개를 닮아있었다. 아이들은 피부색도 옷차림도 모두 달랐다. 기모노부터 아랍 전통 복장까지 다양한 민족 의상을 차려입고 있었다.

200여석 규모의 공연장은 아이들의 노랫소리에 흥으로 가득 찼다. 팔도의 아리랑을 엮어서 부르는 '아리랑 메들리'는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앴다. 관객들은 모두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불렀고,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날 공연은 국내 유일의 다문화(多文化) 아이들 합창단인 '레인보우 합창단'의 세 번째 정기 공연이었다. 2009년 7월 창단한 레인보우 합창단은 중국·일본·나이지리아·이라크 등 10개국에서 온 다문화 가정 아이 48명이 단원이다. 나이도 각양각색이다. 일곱 살 유치원생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있다. 4년 전 이라크에서 온 일라프(12)양은 "처음에는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어려웠고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들과 지내는 것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노래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창단한 지 3년밖에 안 됐지만 레인보우 합창단은 어엿한 다문화 사절단이다. 지난 4월에 열린 한·이라크 정상회담에서 공연했고, 매년 40여 차례 공연을 하면서 한국 속의 다문화 가정을 알리고 있다. 내년에는 호주 등 해외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

이씨는 "피부색, 옷차림이 다른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서서 노래를 부르면 그 자체가 전 세계의 화합이자 희망의 메시지"라며 "앞으로도 이 아이들의 노래가 무지개 같은 꿈과 희망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레인보우 합창단은 '뭉게구름' '도라지꽃' 등 9곡을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