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건물마다 한글 작품 내걸겁니다"

"자음과 모음이 변화무쌍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한글은 우리 한국 사람들 모습과 닮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한글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강익중(51)씨가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37)씨와 작품을 통한 한글 알리기 프로젝트에 나선다. 뉴욕 차이나타운의 자택에서 만난 강 작가는 "유엔 193개 회원국의 주요 건물마다 한글 작품을 한 개씩 걸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한글 알리기 캠페인의 첫 기증작은 애국가 가사를 한 글자씩 써서 만든 작품 '애국가'. 14일 호주 시드니의 한국문화홍보원에 기증된다. 올해 안에 작품 4개를 터키·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필리핀의 한국문화홍보원에 추가로 전달할 예정이다. 작품엔 김구의 '나의 소원', 윤동주의 시, 우리 동요 등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가 서린 문구를 주로 담을 계획이다.

강 작가는 10년 전 아들이 한글을 배우는 모습을 보고 한글 작품을 떠올렸다고 했다. 'ㄱ' 'ㄴ' 'ㄷ' 같은 글자를 쓰는 아이를 볼 때 한글의 절묘한 균형이 미적(美的)으로 매우 아름답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광화문 공사 당시 가림막으로 쓰였던 '달 항아리' 작가로 고국에도 널리 알려진 강 작가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들어 합치는 달 항아리와 자음·모음의 조합으로 완성되는 한글은 많이 닮았다. 달 항아리와 한글은 남북으로 갈라졌지만 다시 합쳐지길 염원하는 한국인의 마음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한글 프로젝트를 위해 뉴욕에 와 이날 자리를 함께한 서경덕씨는 "요즘 한류 열풍 덕으로 각국에 있는 한국문화홍보원을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와 가요가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이 한글을 알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돼 한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강과 서, 두 사람의 인연은 올해로 꼭 10년이다. 대학원생이던 서씨가 신문에서 강 작가 기사를 보고 '바로 이분을 한국 홍보에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해 두 달 넘게 만나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30분 정도로 예정했던 만남은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한 6시간의 긴 대화로 이어졌다. 이후 강 작가는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 서씨가 낸 '안녕하세요' '독도' 등의 한국 홍보 광고의 글씨체를 만드는 등 서씨의 프로젝트를 지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