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발굴한 아이가 무대에 서면 뿌듯"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고는 사회 전체에 커튼이 쳐진 분위기였어요. 일반인 합창단에서 반주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거기도 활동을 중단했죠. '어른도 숨 못 쉬는 사회인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뚫고 나갈 작은 구멍이라도 틔워주자고 생각했어요."

엄혹했던 81년 40명의 어린이로 난파소년소녀합창단과 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올해로 합창단과 재단 설립 30주년을 맞은 김정자(65) 성정문화재단 이사장은 "하지만 환경은 척박했다"며 "연습할 장소가 없어 아이들이 직접 의자를 들고 수원YWCA나 여성회관으로 가서 노래했다"고 술회했다.

이후 91년 성정청소년교향악단, 2006년 성정뮤지컬단을 만들어 88올림픽과 2002월드컵 등에서 총 2500회 넘게 연주했고, 92년엔 성정전국음악콩쿠르도 열었다.

내년에 20주년을 맞는 콩쿠르는 내내 적자였다. 하지만 지인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아 형편이 어려운 수상자에게 해마다 1만달러의 유학 장학금도 준다.

"누가 그럽디다. 차라리 미술에 투자했으면 지금쯤 미술관 하나 차리지 않았겠느냐고. 하지만 내가 좋아서 한 일이죠. 저희가 발굴하고 도운 아이가 어엿한 연주자가 돼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오는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에서 성정문화재단 창립 30주년 기념음악회가 열린다. 수원시향과 정명화(첼로)·이성주(바이올린)·김대진(피아노)이 출연하고, 30주년 헌정곡 '페스티벌 글로리아'(Festival Gloria)를 난파소년소녀합창단과 성정뮤지컬단이 함께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