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팔로어 20만명… 김갑수의 힘, 어디서 오나

"배우는 자유인이고, 연기란 인간 탐구입니다."

올해 연기 인생 34년을 맞은 배우 김갑수(54)가 21일부터 방송되는 MBC 일일극 '오늘만 같아라'의 주역으로 나선다. 격동의 1980년대를 겪었던 이 시대의 아버지 역할이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김갑수를 만났다. 그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죽은 친구의 부인과 결혼해 친구의 자식을 키우며 살아가는 강하면서도 눈물 많은 50대 남성 역할"이라며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족 이야기라 호감이 생겼다"고 했다.

김갑수는 요즘 '절정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태조 왕건' '토지' '해신' 등의 대하 드라마로 이름을 알리고 '성균관 스캔들'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의 청춘 드라마로까지 영역을 넓히더니 시트콤(몽땅 내 사랑)까지 접수했다. 최근에는 연기 서바이벌 '기적의 오디션', 자동차 버라이어티 '탑 기어 코리아' 등의 예능프로그램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제 어디 가서 굶어 죽지 않으니까 일을 줄이고 편하게 살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며 "내 한계가 어디인지 궁금하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돈도 필요해요. 대학로에서 극단(배우세상)과 소극장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보단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죠. 똑같은 연기, 비슷한 역은 하지 않았어요. 내가 한 역할이 최선이고 같은 역할로 그 이상의 연기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는 "'도전했다 실패하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들 하는데 그건 아니다"라며 "최선을 다했다면 '거기까지구나'라고 생각하면 되지 후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읜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생계'를 고민해야 했다고 한다. "서울 잠실 아파트 공사장에서 벽돌과 모래를 날랐어요. 아파트 배관에 석면 바르는 일도 했고…. 온몸이 엄청나게 따갑더군요. 당시엔 그게 몸에 나쁘다는 걸 몰라서 윗도리 훌러덩 벗은 채 장갑 하나 끼고 일을 했었죠."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고졸인 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친구 한 놈이 신문에 난 '현대극장 연구생 선발' 광고를 오려 왔죠. '너 이거 한번 해봐라' 권유해서 봤더니 지원 자격이 다행히 고졸 이상인 거예요. 운 좋게 합격했고 고난의 배우생활이 시작됐죠."

그는 연극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뒤 94년 '태백산맥'을 통해 스크린에 진출, '금홍아 금홍아(1995)' '지독한 사랑(1996)'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1997)' 등을 찍었다. 그러나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영화에 정이 떨어졌고' TV 드라마로 관심을 돌렸다. "영화는 배우의 것이라기보단 감독의 것이었죠. 흥행 실패의 짐은 배우에게 몰리고. 우리 사회에서 영화의 지위가 제가 생각하는 그것과 괴리도 컸고…. 반면 드라마는 회전율이 빨라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같은 이유로 다양한 역할을 해볼 수 있는 데다 결과도 빠르게 나와 역동적인 점이 나와 맞았어요."

감독들은, 팬들은 왜 김갑수를 찾고 그에게 환호할까. 그는 "특별히 일반인과 차별화한다거나 그들보다 고급스러운 취향을 갖고 있지 않다는 평범함 때문인 듯하다"고 했다. "연기란 인간을 표현하는 작업이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에 모든 분이 제 연기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거죠. 다만 연기의 진실성만은 전해지게 돼 있어요. 아는 척, 있는 척하지 않고 나를 비우고 열린 마음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저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는 트위터 세계의 강자이기도 하다. 20만3150명의 팔로어를 가지고 있다. 트위터에 수시로 촬영현장 풍경, 모터 바이크 타는 모습, 백내장 수술 후기, 저녁식사 메뉴 등 일상을 담은 사진과 글을 올려 팬들과 소통한다. "젊게 살려고 애쓰는 노력 아니냐"고 묻자 그의 답.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고 돈도 안 든다기에 시작한 건데? 젊게 살아보겠다고 일부러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저 좋아서 하는 것뿐이에요. 새로운 것이니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