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세계 주역 된 한국 골프… 프레지던츠컵(미국 對 유럽 제외 국가연합팀 대항전), 아시아 첫 개최

데이비드 필즈베리 PGA투어 수석 부회장은 "2015년 한국 대회는 한국의 날씨와 PGA 투어 일정을 고려해 10월 첫째 주 또는 둘째 주에 열기로 했다"며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은 내년 상반기 안으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GA 투어는 이미 국내 몇몇 골프장에 대한 실사를 마친 상태다.

프레지던츠컵은 미국팀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연합팀의 골프 대항전으로, 미국과 유럽팀이 대결하는 라이더컵과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스포츠 이벤트다. 올해 호주 대회는 160개국에서 29개 언어로 TV 중계돼 전 세계 5억명 이상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4년 미국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미국과 미국 외 지역에서 번갈아 격년제로 열렸으며 올해 호주 대회가 9회째다. 5회 대회는 2002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2001년 라이더컵이 9·11 테러로 인해 한 해 연기됨에 따라 2003년에 열렸다. 지금까지 이 대회를 개최한 나라는 미국과 호주, 남아공, 캐나다 등 4곳뿐이다.

한국이 또다시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의 중심지가 된다.

이번에는 최경주와 양용은, 박세리와 최나연 등 많은 선수들이 각종 국제 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한국의 대표 종목으로 성장한 골프다. 팀 핀첨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커미셔너는 1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11 프레지던츠컵(The Presidents Cup) 골프대회 개회식을 마친 뒤 특별 기자회견을 열어 "2015년 프레지던츠컵 대회를 한국에서 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기자회견에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최경주와 양용은, 김경태도 자리를 함께했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의 개최국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2015년 대회는 골프가 정식 종목이 되는 2016년 하계올림픽 직전에 열려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시선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세영 대한골프협회(KGA) 회장은 "10년 전만 해도 골프의 변방이었던 한국이 세계적인 골프 대회를 유치하게 됐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대회를 주관하는 PGA 투어는 2015년 개최지를 놓고 아시아와 남미의 여러 국가를 고려하다가 한국을 택했다. 핀첨 커미셔너는 "한국은 올해 대회에 3명이 출전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골프 발전을 이뤘다"며 "이는 세계 각국의 골프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대회 이념에도 부합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은 최경주가 올해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양용은이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2009년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는 등 '골프 강국'의 면모를 과시해 왔다. 김경태는 지난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상금왕을 차지했다. 세계 골프랭킹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이번 프레지던츠컵 대회에 역대 최다인 이들 3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 것도 한국 골프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최경주는 "한국 골퍼로서 정말 가슴 벅찬 순간"이라며 "2015년 대회에도 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프레지던츠컵은… 격년제로 열려… 개최국 행정수반이 명예의장

프레지던츠컵은 1994년 PGA 투어의 주도로 '전 세계 골프 발전'이란 기치 아래 발족했다. 1993·1994년 PGA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닉 프라이스(짐바브웨)와 1995년 올해의 선수로 뽑힌 그렉 노먼(호주)이 미국과 유럽의 대항전인 라이더컵에 출전할 수 없었던 것도 이유가 됐다. 미국팀의 경우 2년간 PGA 투어 상금 랭킹 상위 10명, 세계 연합팀은 대회 직전 세계 랭킹 상위 10명에게 출전 자격을 준다. 각 팀엔 단장 추천 선수가 2명씩 더 포함된다.

프레지던츠컵은 대회 명칭처럼 개최국의 행정 수반(대통령 또는 총리·수상)이 명예의장을 맡는 것이 관례다. 올해는 줄리아 길러드 호주 총리가 맡았다. 대회 명칭에 기업 타이틀 스폰서를 붙이지 않는 등 상업성을 배제하고 대회장 광고판 설치도 금지되지만, 세계 골프 스타들과 골프계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의 후원이 잇따른다. 이번 호주 대회도 시계 제조사인 '롤렉스'와 금융그룹 '시티'가 글로벌 파트너를 맡고 있다. 2015년 한국 대회 때도 아시아나와 풍산그룹 등 한국 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프레지던츠컵은 세계 톱 랭커들이 대부분 출전하지만 별도의 상금은 없다. 대회 수익금은 선수단이 지정하는 곳에 기부한다. 지난 대회까지 15개국 380개 자선 단체에 2300만달러가 기부됐다. 역대 전적은 미국이 6승1무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이 대회에서 통산 18승을 따내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