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뽑아준 국회, 끝내 국민 무시

감기약 등 일반 상비약의 수퍼 판매가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17일 의약품의 수퍼 판매 근거 규정을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 중에는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약사법 개정안은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그러나 임시국회가 총선 직전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18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27일 '약국 외 판매 의약품'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가결해 국회에 제출했다. '약국 외 판매 의약품'에는 감기약, 진통해열제, 소화제, 파스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는 수퍼에서 상비약을 살 수 있게 될 경우 약품 오·남용 우려가 커진다는 이유로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으며, 이날 결국 처리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민 절대다수가 찬성하는 상비약 수퍼 판매가 총선을 앞두고 약사들의 표를 의식한 국회가 사실상 '국민에 대한 배임(背任) 행위'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복지위 관계자는 "복지위원들이 약사들의 강한 반발을 의식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는 회원 6만여명의 대표적 직능단체로, 의사회와 함께 국회 보건복지위에 대한 영향력이 강한 단체다. 약사회는 공공연히 "(의약품 수퍼 판매에) 찬성하면 낙선 운동 하겠다"는 얘기를 해왔고, 지난 8월 말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는 우리 국민의 83.2%가 가정상비약을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는 71.2%가 의약품 수퍼 판매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복지위 관계자는 "내년 2월 임시국회도 있으니 서두를 것은 없다"고 했지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법안 처리는 더 어려워진다. 결국 내년 5월 말까지인 18대 국회 내 처리가 되지 않으면 제출 법안은 자동 폐기되며 19대 국회 들어 다시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