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도 北도 싫어 아마존으로 간 그들… "이젠 조국이 자랑스럽다"

"북한은 처음부터 싫었어요. 학생 때부터 주말에도 농장에서 일하고 사상토론회하고 도무지 자유가 없었어요. 전쟁이 난 뒤에는 살기 위해 임무를 수행해야 했지요. 포로수용소에 머물면서 동족상잔에 환멸을 느꼈어요. 남한 측에서는 군 장교로 대우해 주겠다고 했지만 전쟁이 싫었어요."

브라질에 온 50명 일행은 한동안 '무국적자'였다. 사방으로 흩어져 살 길을 찾아야 했다. 임씨는 상파울루로 와서 포드 자동차 기술자로 일하다 1985년 퇴직했다. 그러다 2001년 정부가 부친에게 항일투쟁 공로로 애국장(2급)을 추서한 사실을 2007년에야 알게 됐다. 그때 와본 한국은 '딴 세상'이었다.

만주 하얼빈에서 태어난 김창언씨는 1945년 청진 공고 졸업반일 때 6·25가 터졌다. "학교에서 곧바로 학도병으로 끌려갔어요." 함경도 풍산에서 미군에 잡혀 거제도 수용소로 갔다. "수용소 안은 반공주의자와 공산주의자들 싸움으로 치열했어요. 아침이면 양편에서 태극기와 인공기를 올리고 서로 돌팔매질을 했어요." 그는 브라질 현지 공업계 회사를 20년 다니다 1989년 퇴직했다. 장인이 일제시대 초기 이민자인 장승호(일본명 '미다 할아버지'로 유명)씨다.

현재 남은 브라질 반공 포로 이민자는 18명. 그 중엔 목사도 3명 있다.

"브라질은 제2의 삶을 살게 해준 나라이지만 내 조국은 한국이에요.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줄은 상상도 못했지요. 다시 선택하라면 남한을 택하겠지요." 남한에서 북한으로, 다시 남쪽 브라질에서 생을 사는 임씨의 인생 복기(復棋)다.

"그때는 북한도 남한도 싫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어요."

두 사람은 지금도 50여년 전 그 '선택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만난 임관택(83), 김창언(78) 할아버지. 브라질 이민사 앞부분을 장식하는 '반공 포로 이민자'들이다. 1953년 6·25 포로 송환 때 '운명의 선택'이 지구 반대편 여생으로 이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임씨는 충청도 부여에서 났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평양으로 간 것이 '화근'이었다. "부친이 1942년 중국 연안에서 광복군으로 전사했어요. 북에 가면 '만경대 혁명자 유가족'으로 대우받을 거란 회유에 끌렸지요." 김일성대 정경학부 군관학교와 소련 모스크바 육군사관학교까지 졸업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하지만 6·25가 터지면서 독립여단장으로 병력 3000명을 이끌고 낙동강까지 내려왔다가 뒤로 밀려 경기도 여주에서 미 8군단에 생포됐다. 정전 후 포로 송환 때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때의 선택은 '남도 북도 아닌 제3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