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결함, 소음·진동·변속 불량 많아

현대·기아차는 소음 및 진동문제가 많았다. 현대차의 대표 세단인 쏘나타의 경우, 웅덩이를 지나거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탁탁' 소리가 난다는 지적을 37건 받았다. 이미 팔려나간 13만6000대의 쏘나타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 부품을 구조 변경한 끝에 이 문제가 해결했다.

자동차 성능 연구소 박용성 박사는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대국에 어울리지 않게 사소한 품질결함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집단으로 문제제기하기 전에는 자발적으로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구태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 대국(大國)에 걸맞지 않게, 올 들어 국내 운전자들이 한국소비자원에 호소한 결함신고 면면을 보면 '원초적인' 수준의 품질 문제가 많았다.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배기가스가 차량 내부로 유입되고, 심지어 물이 샌 경우도 있었다.

운전경력 27년차인 박주한(46·성남시 정자동)씨는 작년 12월 새로 산 한국GM의 준대형차 알페온(2.4L) 때문에 1년 가까이 골치를 앓고 있다. 처음 탈 때부터 변속이 시원스럽지 않더니, 조금만 속도를 올리면 엔진회전수(RPM)가 급격히 오르면서 차가 덜컥대기 일쑤였다. 정비소 방문만 10여 차례. 결국 비슷한 문제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인터넷 동호회까지 꾸렸다. 한국GM은 연구소로 불만고객 10여 명을 불러 문제를 파악한 끝에 총 6612대의 변속기제어모듈(TCM)을 새로 손봤다. 그러나 박씨 차량의 덜컥대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시동 꺼지고, 물 새고…

운전자 신모(대전 갈마동)씨는 두 달 전 새로 산 신형 그랜저를 운전할 때 배기가스가 차 안으로 스며들어 머리가 깨지듯 아파 결함 신고를 했다. 비슷한 경험을 한 김모(부천시 원미구)씨 등 49명이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처음에는 무관심한 듯했던 현대차도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지난달 트렁크 쪽으로 나 있는 공기구멍을 막는 고무패드를 교체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수리 후에도 여전히 냄새가 난다는 일부 소비자들이 있어, 사안은 '종결'되지 않고 있다. 김씨는 "각종 첨단 사양이 잔뜩 추가됐다며 종전보다 300만원이나 비싸게 차를 샀는데, 정작 배기가스 냄새 때문에 운전을 못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비자원을 통해 접수된 신고사례 중 엔진문제 같은 안전과 직결된 중대 결함은 교통안전공단으로 이관되고, 나머지 품질과 관련된 것들이 소비자원에서 처리된다. 그럼에도 올 들어 10월까지 소비자원에서 처리한 결함처리 건수는 3000건에 60건이 모자라는 2940건에 달한다. 전체 신고내역 중 실제 해당 회사에서 결함을 인정하고 부품 교환이나 무상 수리를 결정한 경우는 90%에 달한다. 정비업체를 전전한 끝에 소비자원을 찾는 고객들의 지적이 대체로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 가래로 막아서야

차종별로 불만 건수를 분석해보니 한국GM의 라세티 프리미어가 가장 많았다.

2008년 11월 출시된 뒤 올 3월 단종될 때까치 총 10만3000여대가 팔렸는데, 소비자 불만이 올해만 214건 들어와 판매대수 대비 0.2%의 불만율을 기록했다. 소비자의 고발로 조사가 시작된 트렁크와 조수석에 물이 새는 문제는 결국 한국GM이 판매된 전 차량을 무상수리 해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