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직장·지역조합으로 쪼개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의료계 등은 지난 2009년 "보험료 부과기준이 직장·지역 별로 달라 재산권·평등권에 위배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헌재는 지난 2000년, 같은 취지로 제기된 위헌소송에서 '건보료 부과기준이 다른 것은 위헌이지만 정부가 단일 부과체계를 만들겠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김 이사장은 1977년 의료보험 도입 때부터 보험과장 등을 맡아 의료보험 산파역을 했으나 1999년 단일 보험료 부과체계를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의 의료보험 통합은 불가능하다며 반대, 항명시비에 휘말려 기획관리실장에서 쫓겨났다가 12년 만에 공직에 복귀했다.

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된 지 34년 만에 근본적인 개편이 추진될 전망이다. 현행 건보제도는 직장인에게는 근로소득, 자영업자·농어민 등에게는 종합소득 및 보유 재산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하지만, 앞으로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모두에게 종합소득 같은 단일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주 임명된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종대(金鍾大·64·사진) 이사장은 20일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2000년 통합된) 건강보험공단을 직장·지역 조합으로 다시 분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보다는 국민들의 건보료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직장인과 지역가입자 모두에게 공정한 단일 보험료 부과 체계를 이른 시일 안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보험료 부담이 현행보다 커지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개편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2000년 지역·직장의보가 건강보험으로 통합된 이후 9회에 걸쳐 교수·전문가 등에게 건보료 부과 단일화 방안 용역을 주었으나, 아직까지 단일화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이날 단일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건강보험공단 내에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추진팀'을 꾸려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빠른 시일 내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복지부가 월급 외에 종합소득이 7000만~8000만원을 넘는 직장인들에게는 특별히 임대·사업소득에도 보험료를 물리는 새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지만, 궁극적으로는 직장·지역가입자들에 대한 단일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그 이유로, "현재의 건보료 부과 체계는 직장인과 지역가입자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달라 모두에게 불만을 주는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직장인들은 자신들의 소득은 유리 지갑처럼 투명하게 파악되는데 지역 가입자들은 소득 규모 파악이 제대로 안 된다는 불만인 반면, 지역가입자들은 소득과 재산, 심지어 전·월세, 자동차에까지 보험료를 매기는 바람에 전·월세값이 폭등할 때마다 보험료가 덩달아 커진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과 생계를 같이하는 부모나 형제·자매는 피부양자로 보험료를 내지 않지만 지역가입자들은 모두 부과 대상이라는 점도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