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분한 격려 어리둥절… 묵묵하게 쓰겠습니다"

"과분한 격려와 따뜻한 구애가 아직도 어리둥절합니다. 기왕의 소설이 미진해서 부끄럽고, 믿어주신 가능성이 허약해질까 또 부끄럽습니다만, 이 파동을 오랫동안 잊지 않겠습니다. 소설을 쓰는 일이, 매번 같은 강도의 노동이 반복되고 그러고도 좀처럼 숙련되지 않으며 쓸수록 품새가 낮아지는 일인 것 같아 두렵지만 겁내지 않겠습니다. 쓰는 동안 담담하고 묵묵하고 즐겁겠습니다."

제42회 동인문학상 시상식이 21일 오후 조선일보사 미술관에서 열렸다. 수상자는 '저녁의 구애'(문학과지성사 출간)를 쓴 편혜영(39)씨. 이날의 주인공은 편씨였지만, 선·후배 소설가들은 이례적으로 두 명이 나선 축사 시간에도 수상 소감에 버금가는 환호를 보냈다. 편씨와 '자매님들'로 불리며 우애를 과시하고 있는 후배 작가 윤성희(38)·김애란(31)씨다.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윤씨는 '연애편지 축사'를 썼다. 윤씨는 "솔직히 고백하자면 아직 연애편지 한 번 써 본 적도 없는데 막상 축사를 쓰려니 연애편지 쓰는 기분이 들었다"면서 수상자와 여행한 이야기를 고백했다. 밤에 함께 잠을 자면 수상자는 늘 잠꼬대를 하더라는 것.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선배의 잠꼬대를 몰래 듣는다. 언젠가는 꼭 훔쳐올 만한 이야기를 얻게 될지 모르니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생과 결혼한 후배 작가 김애란씨 역시 선배에게 '짧은 소설'에 가까운 축사를 했다. 그는 수상 작가와 주고받은 편지를 죽 열거하면서 "오늘은 나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 마셔요. 쓸 때는 고독하게, 만날 때는 즐겁게 건배!"라고 말해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방상훈 사장은 인사말에서 "'저녁의 구애'라는 제목은 참으로 다정하게 느껴진다"면서 "작가 편혜영씨가 소설에게, 또 문학에게, 그리고 독자에게 사랑을 구한 결과, 오늘의 수상으로 이어졌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방 사장은 또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고 박완서(1931~2011) 선생의 큰딸인 수필가 호원숙(57)씨를 특별히 호명해 소개하며 "동인문학상의 초대 종신 심사위원으로서, 또 한국 문학에서 선생이 이룩한 업적을 생각할 때, 조선일보는 돌아가신 박완서 선생님께 아무리 큰 감사를 드려도 부족할 듯싶다"고 말했다. 이날 수상자 편씨는 고료 5000만원과 김동인의 초상을 청동 조각으로 새긴 상패를 받았다.

시상식에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인 유종호 김화영 오정희 이문열 정과리 신경숙씨, 김동인의 차남인 김광명 한양대 명예교수, 시인인 한국작가회의 이은봉 사무총장, 역대 동인문학상 수상자인 김승옥 정소성 김연수 권지예 김경욱 김인숙씨, 소설가 하성란 한강 강영숙 박성원 김중혁 이명랑 김미월 정소현 김유진 서유미 김성중 김이은 성지혜씨, 문학평론가 홍정선 이광호 김미현씨, 출판인 박종만 김종철 강태형 장은수 김성구 원미선 박신규 이근혜 이진숙씨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