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국인이다] 브라질 이민 신화 쓴 한석봉式 교육 DNA

브라질 넓은 대륙에서도 확인되는 것은 한국인의 교육 DNA다. 이민 2세대 안에 '성공'을 낚은 집안의 공통점은 '한석봉식' 교육 투자.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을 써라" 했다는 한씨 어머니처럼 이민 1세대는 궂은일 마다 않고 돈버는 동안 자식들은 책상 앞에 앉혔다.

1964년 이민 온 김창득(82)·안희선(83) 집안이 대표적이다. 6남매에서 가지 친 33명 대식구가 의사·변호사·교수·건축사 등 전문직의 숲을 이뤘다. 김씨는 수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가 '자식들은 더 넓은 땅에 방목해 보고 싶어서' 브라질로 이민했다. 한국이 첫 국산 '시발 자동차' 생산에 들떠있을 그 무렵, 브라질은 비행기를 만들고 있던 때였다.

안씨는 처음 1년 밤새 삯바느질로 자수를 놓았다. 버린 야채를 주워 순만 따서 먹기도 했다. 김씨는 과일 가게, 만물 수입상으로 자식들 뒤를 댔다. 자녀들은 공부에 매진했고 다들 대학까지 나왔다. 2녀 정애(59)씨는 명문 상파울루주립대학 병원 소아과의 유전학 대가, 4남 명규(54)씨는 안과 병원장, 5남 용규(51)씨는 부부가 건축사다. 오는 배 안에서 돌을 맞았던 막내 혜령(48)씨는 심리 상담사….

같은 64년에 이민 온 박길수(63) 변호사 집안도 그 못지않다. 일본 유학을 거쳐 중국에서 살았던 부친 박경곤(1917~1997)씨와 모친 송형례(1920~1990)씨는 광복 후 '한국이 답답해' 자녀들 손을 끌고 바다를 건넜다. 부부가 식료품 가게에 주야로 매달리는 동안 7남매는 공부에 머리를 싸맸다. 누이 길진(61)씨는 부부가 캄피나스주립대 교수, 또 다른 누이 길향(56)씨 역시 명문 사립 제툴리오 바르가스대 교수다. 동생 성원(54)씨는 상파울루주립대 공대 교수로 바이오 디젤 권위자다. 박씨는 "여러 인종이 모여 사는 브라질은 인종 차별이 별로 없어 노력하는 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김창득씨는 이제 두 나라에 보답할 일만 남았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이 나를 낳아준 모국(母國)이라면 브라질은 자식들을 길러준 양국(養國)입니다. 나나 자식들이나 남은 인생은 받은 은혜 갚으면서 살아야지요."